금리 올린다는데 안 믿는 시장…한은 "변동성 확대" 우려 [강진규의 외환·금융 워치]

사진=연합뉴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가 15일 "시장의 반응과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간 다소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이거나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데 시장은 그렇지 않을 것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총재는 이날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금리 동결 결정 이후 한은 내부의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 유의해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 부총재와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오금화 국제국장, 박종우 금융시장국장 등이 참석했다.이 부총재는 Fed의 점도표상 최종 금리 수준이 0.5%포인트 높아지는 등 연내 2회 금리 인상 가능성이 생긴 가운데, 시장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에 주목했다. 매파적(긴축 선호) 스탠스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추가 금리 인상이 1회에 그칠 것이란 '기대'가 펴지면서 금리하락과 달러 약세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의장이 "근원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어 거의 모든 참석자가 제약적인 통화정책 지속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동결 결정은 금리인상 속도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지 인상 사이클 중단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믿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총재는 "최근 호주와 캐나다가 금리인상을 재개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강화되는 상황"이라며 "시장의 반응은 이런 통화정책 스탠스와는 간극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간극은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시장의 완화적 기대와 달리 중앙은행이 긴축적 행보를 이어갈 경우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급격히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총재는 "이와 관련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 두번째)가 15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세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회의엔 김주현 금융위원장(네번째)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첫번째)도 참석했다. 한국은행 제공.
이에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했다. 추 부총리도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국내외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취약부문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