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앤아웃' 이제 집 앞에서 먹나…한국 진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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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인앤아웃과 논의…가격 제안미국 대표 버거 브랜드 중 하나인 '인앤아웃'이 국내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 팝업스토어를 연 것을 계기로 롯데 등 국내 유수의 유통사들과 한국 시장 운영을 위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앤아웃 버거 운영진은 국내 시장 진출 타진을 위해 최근 방한했다. 지난달 31일 국내 팝업 매장을 개최한 데 이어 롯데백화점 관계자들과 만나 국내 사업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국내 사업시 금액 등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인앤아웃은 2012년과 2015년, 2019년에 이어 올해까지 네 번째 국내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그러면서 "한국 진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얘기가 외식업계에서 흘러나왔다. 롯데백화점 등 국내 유통사들이 앞다퉈 인앤아웃 측에 브랜드 도입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를 포함해 대기업 유통사들이 인앤아웃 국내 사업 계약을 따내기 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액수를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국내시장에서 해외 버거 브랜드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할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앤아웃 버거는 2012년 국내에 상표권도 등록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상표등록 후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취소될 수 있다. 정기적으로 팝업스토어 영업을 통해 상표권을 사용해온 만큼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국내 사업 형태는 인앤아웃 본사와 국내 유통사가 해외 가맹사업(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는 형태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란 한 나라의 매장 신설과 운영, 광고, 상품개발 등 일체의 가맹 사업권 운영권을 판매하는 사업 방식이다. 인앤아웃 측은 상표권과 버거 조리 노하우, 원재료 등을 제공하고 국내 유통사는 인앤아웃 브랜드로 버거 매장을 운영하면서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은 "인앤아웃 버거의 경우 본사만의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곳이다.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조건으로 국내에 진출하는 방향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이미 국내 시장에 상표권 등록을 해둔 만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형식으로 상표권 분쟁이나 브랜드 가치 훼손을 방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앤아웃이 국내에 매장을 열게 되면 미국 지역 외에 선보이는 첫 글로벌 업장이 된다. 인앤아웃은 '신선한 재료를 당일 배송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그간 미국 서부 지역에만 매장을 뒀다.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에도 신중한 입장이었다.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의 외식 시장 규모가 커진 데다가 국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감안해 한국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Testbed)로 삼기 위해 첫 진출지로 한국을 고려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1조9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버거 시장은 2020년 2조9635억원, 지난해엔 4조원대까지 커졌다. 올해는 5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프리미엄 수제 버거가 잇따라 히트를 치면서 국내 외식업계는 너도나도 글로벌 버거 브랜드를 들여오는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버거 하나당 14만원에 달하는 고든램지 버거가 서울 롯데월드몰 잠실점을 오픈했다. 올해 들어서도 미국의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도 갤러리아 신사업전략실장을 맡은 한화그룹 3남 김동선 전무 주도로 국내 론칭이 성사됐다. 쉐이크쉑(쉑쉑버거)·윙스탑·슈퍼두퍼 등도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인앤아웃 또한 미국 서부에서 유명한 햄버거 전문점으로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와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불린다. 인앤아웃 버거의 가장 큰 특징은 '신선함'이다. 냉동이 아닌 냉장 패티를 사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높였다. 감자튀김 역시 주문이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통감자를 썰어 튀겨 바삭한 식감이 살아 있다.
이 때문에 국내시장에 팝업 매장을 열 때마다 맛보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뤄 준비된 메뉴들이 완판됐다. 인앤아웃 국내 사업권을 여러 대기업들이 탐내는 이유다. 올해 팝업스토어에도 수백명의 인파가 몰리며 관심을 끌었다. 팝업스토어 운영은 미국 본사가 직접 주관하는데 오픈 때마다 한국 진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