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장 폐지에도…中 디디추싱 기업가치 20% 상승


중국의 대표 차량호출 서비스인 디디추싱 기업가치가 140억 달러(약 17조9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미국 증시에서 퇴출된 가운데 거둔 성적표다. 투자자들은 디디추싱이 근래에 홍콩 증시에 재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디디추싱 주식이 지난 13일 종가기준 장외거래(OTC) 시장에서 기업가치 140억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미국 비상장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 중 기업가치가 가장 큰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상장 기업을 모두 포함해도 상위 11%에 포함되는 규모다.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미국 뉴욕 증시에서 퇴출된 이후에도 디디추싱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디디추싱은 정부 규제로 새로운 사용자를 모집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차량호출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유지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속이 심화되면서 유탄을 맞은 대표적 기업으로 손꼽힌다. 중국 정부의 만류에도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은 곧바로 당국의 사이버 보안 심사를 받았다. 이에 디디추싱은 데이터 보안 우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작년 6월 미국 증시에서 상정 폐지 절차를 밟았다.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로부터 작년 7월 12억 달러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도 받았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디디추싱의 성장세는 계속됐다. 상장 폐지 후 1년간 장외시장에서 주식가치도 20% 가량 올랐다. 이 기간 미국 상장 중국 주식의 척도인 나스닥 골든 드래곤지수는 보합세이고, 홍콩 항셍지수는 약 8%가량 하락한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성적표라는 지적이다.

뉴욕 증권거래소 상폐 후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처분했지만, 여전히 일부 투자자들은 디디추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말 디디추싱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데이비스셀렉트어드바이저, 맥쿼리 그룹, 프랑스의 카르미냐크 등의 기관투자자들이 디디추싱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수천개의 소규모 기업들이 거래되는 OTC시장에서 이같은 화려한 투자자 라인업을 보유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투자자들은 디디추싱이 빠른 시일내 홍콩 증시에 재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콩의 레이라이언트 글로벌 자문의 제이슨 쑤 최고투자책임자는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는 디디추싱이 홍콩에 재상장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이 주식을 사거나 보유하고 있다"며 "OTC 시장에 머물기에는 너무 크고, 성공적인 회사"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