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불가능"…전북경찰, 자치경찰 이원화 '반대' 한목소리

소속 경찰관 대상 조사에서 부정적…"공정성 보호받을지 의문"
전북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전북자치경찰위원회에서 추진한 '자치경찰 이원화 시범 모델' 적용에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냈다. 1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9일 전북경찰청 소속 경찰관 20명을 상대로 자치경찰 이원화 제도 시행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면담한 경찰관들은 경장과 경사, 경위, 경감 등 일선 현장에서 치안 유지에 힘쓰는 계급으로 구성됐다.

경찰서 과장에 해당하는 경정 이상급 간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경찰청은 자치경찰 이원화에 대한 찬반과 제도 시행 이후 신분 전환 희망 여부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질문을 받은 경찰관은 한 명도 빠짐없이 제도 시행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 이유로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참여를 건의한 전북자치경찰위원회의 성급한 태도 등을 들었다. 면담에 참여한 한 경찰관은 "자치경찰 구상대로면 수천 명의 경찰력을 갖게 되는 단체장을 견제할 수 없게 된다"며 "인사권까지 행사하면 경찰관들이 단체장 뜻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당장 신분이 바뀔 직원에게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일단 밀어붙이자는 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찰은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에 중립적 입장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자치경찰이 되면) 공정성을 보호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자치경찰 이원화는 경찰이 도맡았던 교통과 여성·청소년, 생활안전 분야 사무와 인력을 지자체 소속으로 넘기는 것을 뼈대로 한다. 전북경찰청의 경우 소속 경찰관 5천여명의 중 70%에 해당하는 3천500여명이 자치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당초 내년부터 자치경찰 이원화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지역은 세종, 강원, 제주였으나 국무총리 직속 자문기구인 경찰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4월 전북을 추가하는 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이는 전북자치경찰위원회 건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자치경찰위원회는 '전북형 이원화 모델'로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명확한 사무 구분, 단체장의 인사권 행사, 인건비·운영비 국비 지원, 과태료·범칙금 자치경찰 재원 활용 등을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