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참가 신청 北, 국제무대 복귀하나…"코로나가 변수"

쿠바 역도대회 참가 신청했다 불참…"中 코로나 재확산에 국경 개방 늦춰"

북한이 오는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5년 만에 스포츠 분야를 시작으로 국제무대에 복귀할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국가체육총국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참가 대상인 45개 국가·지역이 모두 출전 신청했다"고 밝혔다.

북한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아시안게임 출전 대상인 북한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 신청했음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3일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200명 규모의 선수단을 등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북한 매체에서 역대 '체육계 영웅'과 신예 선수들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가 부쩍 늘어난 것도 북한의 국제 스포츠 무대 복귀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대외 선전매체 '내나라'는 2015년부터 3년간 각종 국제 경기에서 우승한 다이빙 선수 김국향, 1990년대 금메달 18개를 휩쓸고 2000년대 초반에는 북한 선수단 감독을 맡아 국제무대를 누빈 태권도 선수 김영순의 활약상을 재조명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최근 국가대표선수 양성·훈련을 담당하는 북한 4·25 체육단 소속 김진혁·리영진(축구), 정성일(농구), 리강숙·김철혁(역도) 등 활약이 기대되는 신진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런 분위기를 들어 국제 체육계는 북한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최근 잇단 미사일 발사로 한국과 미국, 일본과의 갈등이 고조한 상황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국제대회 복귀 무대로 삼음으로써 개최국인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북중 관계를 공고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최지가 지리적으로 인접해 왕래가 쉬운 데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최근 중국에서 다시 확산하는 코로나19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국가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본토에서 164명의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2월 24일 이후 나오지 않았던 코로나19 사망자가 두 달여 만에 다시 발생한 것이다.

지난 2월 이후 감소하던 중국의 하루 신규 코로나19 감염자는 지난달 1일 18만3천명으로 불어나더니 16일 36만명으로 급증했고 31일에도 29만4천명을 기록했다.

북한과 접한 랴오닝성의 성도(省都) 선양 등 동북 지역에는 최근 병원을 찾는 발열 환자들과 코로나19 재감염자들이 부쩍 늘었다.

베이징시 위생건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5∼11일) 기준, 코로나19가 7주 연속 베이징의 법정 전염병 감염 1위를 기록했다.

중국 내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의료 시스템과 방역 체계가 미비한 북한으로서는 대규모 선수단을 해외에 파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초 국경을 전면 봉쇄한 뒤 3년째 '쇄국' 상태를 유지하며 코로나19 유입을 극도로 경계해온 상황에서 해외 파견 선수단에 의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달 9일 쿠바에서 개막한 국제역도연맹(IWF) 그랑프리 대회 출전자 명단에 14명의 선수 이름을 올렸으나, 최종 불참했다.

사전 도핑 테스트를 실시할 국제 통제관 입국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코로나19 유입을 우려해서라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이달 초 선양과 단둥의 대북 무역상들 사이에서는 "북한 역도 선수들이 수일 내 전용 여객열차로 중국으로 넘어와 쿠바로 갈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북중 국경 봉쇄가 해제되고 인적 왕래도 재개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단둥의 한 소식통은 "북한의 쿠바 역도대회 출전이 불발되면서 북중 국경 봉쇄 해제임박설이 수그러들었다"며 "이달 내 개방은 어렵다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 최고위층이 국경 개방을 최종 승인했으나,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기가 늦춰진 것으로 전해진다"며 "평양 등 북한 내에서도 코로나19가 다시 번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북한이 더욱 긴장한다는 소식도 들린다"고 전했다.
다만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는 3개월가량 시간적 여유가 있고, 그때쯤이면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이 진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출전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초 코로나19 비상 상태 해제를 선언한 데다 작년 8월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며 "80여일 만에 완전히 종식한 것은 일대의 기적"이라고 자화자찬한 북한이 코로나19를 내세워 계속 고립을 유지할 명분이 약하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면 전례에 비춰 비중 있는 인사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도 함께 파견돼 외교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계기로 3년간 닫혔던 북중 국경 봉쇄가 완전히 풀리고, 인적 왕래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