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야드인데 '파3'라고?…US오픈 '악마의 11번홀'

"대회 중 303야드로 늘릴 수도"
'최장 파3홀' 1위 기록 깰 듯
선수들도 "너무 길다" 투덜
이번 주말 열리는 제123회 US오픈 대회장(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CC)의 11번홀(사진)이 화제다. 파3홀인데 공식 비거리가 290야드여서다. 웬만한 아마추어는 드라이버를 잡아도 올리지 못하는 거리다.

스코어카드에 찍힌 거리로 따지면 2007년과 2016년 US오픈이 열린 펜실베이니아 오크몬트 골프장 8번홀(288야드)을 능가하는 US오픈 역사상 최장 파3홀이다.그러나 실제 대회 때 오크몬트 8번홀은 299~300야드(2007·2016년 최종라운드)로 로스앤젤레스CC 11번홀보다 조금 더 길게 설정됐다. 그래서 지금은 역대 3위인데 대회 중간에 1위 자리를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덤 슈팩 미국 골프위크 기자는 “대회 기간 하루 정도 11번홀을 303야드 정도로 세팅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린 위치가 티잉 에어리어보다 10m 이상 낮고, 그린 앞에 공을 떨굴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그래도 어렵다. 일단 벙커 세 개가 그린 앞에 입을 벌리고 있고, 그린도 주변이 푹 꺼진 ‘포대 그린’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산전수전 다 겪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도 부담을 느낀다. 라이언 폭스(36·뉴질랜드)는 “(연습하면서) 파3홀에서 (드라이버와 우드 등에만 씌우는) 헤드 커버를 벗긴 건 처음인 것 같다”며 “3번과 5번 우드를 모두 사용해서 쳐봤는데 그린까지 못 미쳤다”고 했다.찰리 호프먼(47·미국)은 “홀이 너무 길다 보니 선수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며 “다들 몇 번 우드를 들던 똑같은 방식으로 홀을 공략할 것”이라고 투덜댔다.

11번홀보다 조금 짧아 조연으로 밀렸지만 7번홀(파3)도 284야드다. 아마추어가 칠 때는 종종 파4홀로 쓰는 홀이다. 반대로 15번홀(파3)은 너무 짧아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홀은 공식 거리가 124야드인데 대회 기간 78야드까지 줄어들 예정이다.

맥스 호마(33·미국)는 “이 코스는 정말 환상적인 코스”라며 “투어에서 가장 긴 파3홀 두 개와 가장 짧은 축에 드는 파3홀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