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유령 비영리단체 2800여곳 등록 취소한다

정부 조사결과 비영리민간단체 10곳 중 3곳 이상이 활동을 안 하거나 실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런 '유령 단체'의 등록을 취소하고, 일부는 등록 요건을 갖추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요건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비리 등이 연이어 불거지자 작년 12월 9일부터 올해 5월 19일까지 1만1195개 단체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작년말 기준 중앙부처와 광역지자체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 1만5577개 중 3년이내 전수조사를 벌였던 대전·경기·강원·전북 등록 단체 4382개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조사 대상인 비영리민간단체 중 7424개(66.3%)은 등록요건을 갖추고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33.7%인 3771개가 등록 주소에 단체가 없거나, 활동하지 않아 행정기관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비활동 단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 중 지자체가 ‘직권말소’ 했거나, 조치할 단체가 1948개(조사대상의 17.4%)에 달했다. 행안부는 나머지 962개엔 등록요건을 보완해달라고 요구했고, 6개월 안에 보완하지 못하면 직권말소하기로 했다. 861개 단체는 자진말소를 희망해 절차를 밟고 있다.정부는 2000년 4월 시행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라 비영리민간단체를 지원해왔다. 김대중 정부가 건전산 시민사회활동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만들었지만, 각종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단체를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논란도 이어졌다. 비영리단체가 관련법에 따라 등록하려면 △불특정 다수를 위한 이익이 활동의 주목적이어야 하고 △구성원 100명 이상 △정치·당파성을 띠지 않아야 하고 △1년간 공익활동을 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해야한다.

정부 등록 비영리단체가 되면 국가 보조금 지원 사업에 공모할 수 있고, 각종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을 악용해 보조금을 받은 후 이듬해 바로 말소하는 비영리단체도 많았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212개, 3년 동안 12개 단체가 보조금만 받고 이듬해 사업을 중단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23년 전 등록 법안 마련 뒤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동안의 폐단을 끊을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이번 전수조사를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비영리단체의 건전한 성장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