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운전 망설이는 대형차…처음 몰아도 부담없는 'EV9' [신차털기]

하남에서 아산 거쳐 부여까지 210㎞ 시승
E-GMP 기반 넉넉한 실내 공간 눈길
대형 SUV지만 ADAS 등 첨단 기술로 안전 강화
패밀리카로 제격…1억 육박하는 가격은 부담 요소
"카니발 운전 괜찮겠죠?" 온라인 맘카페에선 이같은 질문이 심심찮게 보인다. 큰 차가 필요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레저용 차량(RV)을 끌자니 차 크기가 커 운전을 꺼려하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기자도 EV9을 시승하며 대형 SUV를 처음 몰아봤다. 운전 경력이 꽤 있는데도 다소 긴장했다.실제로 대형 SUV의 판매량을 분석하면 여성보다 남성 차주가 훨씬 많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의 경우 남성 구매 비율이 84.1%로 압도적이다.

그래서 EV9을 시승하며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도 '중형 세단이나 SUV만큼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시승 코스는 경기 하남에서 충남 아산을 거쳐 충남 부여까지 가는 코스로 거리는 약 210㎞였다.

180도 돌아가는 시트...널찍한 공간 활용 눈길

EV9은 전장 5010㎜, 전폭 1980㎜, 전고 1755㎜, 휠 베이스 3100㎜로 카니발(전장 5155㎜, 전폭 1995㎜, 전고 1775㎜, 휠베이스 2900㎜)보다는 약간 작고 팰리세이드(전장 4995㎜, 전폭 1975㎜, 전고 1750㎜, 축거 2900㎜)보다는 약간 크다.

EV9은 99.8kWh의 배터리 용량을 기반으로 19인치 휠 2WD 모델 산업부 인증 완료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1㎞다. 기아는 EV9에 350kW급 충전기로 24분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400·800V 멀티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기아
EV9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공간 활용이었다. EV9은 국내 최초로 3열의 구성을 갖춘 대형 전기 SUV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인 E-GMP가 사용된 만큼 카니발보다 전장·전폭·전고는 짧지만, 실내 공간 넓이를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00㎜ 길다.옵션을 넣으면 2열에 스위블 시트를 사용할 수도 있다. 2열 시트를 180도 회전해 3열과 마주 보며 마치 KTX를 탄 것처럼 할 수 있는 기능이다. 2열 의자 밑에 있는 스틱을 당기면서 시트를 돌리면 된다. 생각보다 뻑뻑하게 돌아가지만 여성 혼자서도 충분히 돌릴 수 있는 정도다. 아이가 여럿인 가족이나 대가족이 여행 갈 때 사용한다면 만족스러울 듯했다.
기아의 첫 대형 전기 SUV인 EV9의 내부. 기아 제공
기아가 플래그십으로 내세우는 자동차다 보니 곳곳에 편의사양이 많다. 장시간 운전 중에는 에르고 모션 시스템이 작동해 갑자기 시트가 허리 쪽을 꾹 누르면서 허리 디스크 방지 기능이 작동된다. 2열에는 옵션을 선택한다면 탑승자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를 탑재할 수도 있다.

사소하지만 후석 대화 기능도 있다. 운전자 음성을 뒷좌석으로 출력하는 기능이다. 2·3열에 있는 아이들에게 얘기할 때 좋은 기능이 될 것 같았다. 좌석마다 독립적으로 공조 조절도 가능해서 유독 덥거나 추워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해당 좌석의 에어컨을 끄거나 켤 수도 있어 편리해 보였다.

운전을 좀 더 편하게...정숙성, 안전성 만족

무엇보다 대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도 운전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느껴졌다. 프리미엄 자동차답게 첨단운전자보조(ADAS) 기능이 대거 탑재된 점이 영향이 컸다.

특히 차로 이탈방지 보조 및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은 대형차를 처음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차로를 이탈하면 알려주고, 차가 좌우 한쪽으로 치우치면 핸들이 알아서 위치를 중앙으로 조절했다.

EV9에는 기존의 토크 제어 방식을 조향각 제어 방식으로 바꾸며 제어 성능이 좋아진 '차로 유지 보조 2'가 적용됐다. 이 때문에 첫 대형 SUV 운전임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나 국도를 주행할 때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었다.
저속이든 고속이든, 방지턱을 넘을 때나 굴곡진 노면을 지날 때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수준으로 승차감이 괜찮았다.

뒷 바퀴 부근에서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기 위해 21인치 휠을 탑재한 EV9에 후륜 셀프 레벨라이저를 설치했다. 기아는 기본형 댐퍼보다 길고 두꺼워 진동 및 충격을 흡수하는 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특히 3열에 짐을 많이 싣는 경우에도 댐핑 압력이 조절돼 차체가 처지는 것을 방지해 주행 안정성을 챙길 수 있고, 3열 탑승자가 느낄 수 있는 노면 충격도 대부분 완화된다고 부연했다.
실내 정숙성도 수준급이다. 전기차라 조용한 것도 있지만 SUV임에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기아는 이를 위해 흡음재를 추가한 분리형 카페트와 흡음 타이어를 장착해 모터 및 인버터, 감속기로 이뤄진 파워 일렉트릭(Power Electric, PE) 시스템의 소음을 줄였다. 높은 차체와 각진 형상 때문에 커질 수 있는 풍절음을 줄이기 위해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도 적용했다.

핸들링 성능은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감이 있다. EV9은 전기차 특성상 2t이 넘는 무게에 차체도 긴 편임에도 불구하고 핸들 움직임에 따라 빠릿빠릿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기아는 이를 위해 서스펜션 스프링 아래의 질량을 줄여 핸들링 성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SUV답게 주행을 도와주는 터레인 모드를 탑재했다. 4가지 주행 모드(오토·스노·머드·샌드)에 맞춰 전자식 차체자세제어 장치와 앞뒤 모터를 제어해 각기 다른 노면 상황에 알맞게 구동력을 활용하는 시스템이다.EV9은 SUV를 처음 운전하는 여성 운전자도 편리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최첨단 기술에 안전성은 물론이고 승차감까지 더해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탄 시승차는 EV9 4WD 어스 풀옵션 차량으로, 가격은 옵션까지 모두 더해 최소 9364만원이다. 1억원에 육박해 가격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아가 플래그십의 가치를 걸고 내놓은 차량으로 최신 기술이 집약된 SUV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