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X의 CBO 출신 작가 모 가댓 "AI는 갓난쟁이 슈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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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위험을 알리려는 책이다. 당신과 나, 또 다가오는 팬데믹, 즉 인공지능(AI)의 임박한 도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다." 최근 출간된 <AI 쇼크, 다가올 미래>의 도입부다. 두 문장을 읽고 나서 책 표지를 다시 확인했다. 이 책의 저자가 모 가댓, 그러니까 세계적 기업 구글X의 신사업책임자(CBO)를 역임한 공학자가 맞는지 순간 의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모 가댓 지음
강주헌 옮김
한국경제신문
392쪽 | 2만2000원
구글X는 구글의 연구조직으로, 자율주행차 등 AI와 밀접한 최첨단 기술을 다룬다. 구글X에서도 신기술의 최전선에 있었던 그가 'AI는 전염병만큼 위험하다'고 외치는 건 얼핏 모순처럼 들린다.
의구심과 호기심이 동해 책을 읽어내려갔다. 곧이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전문가라면 이 책을 비난할 것이다." 아니, 그걸 아는 사람이? AI 전문가 가댓이 AI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나선 건 "AI에 대한 전문가가 되려면 전문화된 좁은 시야로 AI에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고, "그 전문화된 시각에는 테크놀로지를 넘어서는 존재론적인 면이 완전히 빠져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도덕과 윤리, 정서와 연민에서 비롯되는 쟁점들, 다시 말해 '보통 사람들'의 삶에 밀접한 문제는 오히려 기술 바깥에 있다는 것이다.
가댓은 "내 바람은 우리가 AI와 함께하며 인류를 섬기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것이지, 인류를 해치는 디스토피아를 예견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한다.
책은 초거대 AI를 아무 것도 모른 채 지구에 온 갓난아기 슈퍼맨에 비유한다. 슈퍼히어로가 될 잠재력을 가진 외계인 말이다. 하지만 슈퍼맨의 인간 부모가 탐욕스럽고 공격적이었다면, 슈퍼맨은 어떻게 자랐을까? 인간의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AI 역시 비슷한 잠재력과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부모가 아이에게 그렇듯, AI를 인간이 완벽하게 통제하거나 억제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은 줄 수 있다. 특히 아이(AI)가 어릴 때 그 영향력이 세다. 이 책은 가댓이 세계적 베스트셀러 <행복을 풀다>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다운 글솜씨에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이 결합했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주로 AI의 특성과 위험성을 알게 쉽게 설명한다. 2부에서 본격적으로 AI의 위험성에 대처할 방법을 설파한다. 가댓은 AI 개발 기업을 다 때려잡자거나 AI를 금지하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기업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같은 막연한 말 대신, 그는 이렇게 썼다. "현재로선 기계와 함께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나도 모른다. 그 끝은 바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 그렇다. 개인으로서의 당신이다. 정부도 아니고, 당신이 따르는 상관이나 사상 지도자도 아니다."
구체적 조언도 담았다. 딥페이크(유명인 등의 얼굴과 몸을 합성한 조작 영상) 사용을 중단하고, 소셜미디어 중독으로 자극적인 콘텐츠 추천 엔진에 먹이를 주지 말라고 말한다. 사생활 침범 등 비윤리적 AI에 대해서는 불매를 하거나 공개적을 문제제기를 하라고 권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AI가 활용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의지만으로 현명한 소비나 사용을 가려내는 건 쉽지 않다. 일상적으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AI와 공존하기 위해 인류가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라는 게 가댓의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알고리즘에 대한 책 <도둑맞은 집중력>도 함께 읽을 만하다.
AI에 대한 책이지만 인간 사회 전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예컨대 가댓은 '훌륭한 선각자들이 위협을 미리 경고해도 우리는 사실을 감추고 뒤늦게 대응하는 일을 반복해왔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그 예시다. 공중보건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은 팬데믹 이전에 이미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정부는 전염병을 감추고 오히려 전염병의 위험성을 알리려는 의사들의 입을 막았다. 그렇게 골든타임이 지나갔고 전염병이 퍼져나갔다. 초거대 AI의 초기 단계인 요즘, 이 책이 예사롭지 않게 읽히는 이유다. 원제는 'Scary Smart'. 초거대 AI의 특성과 그에 대한 오늘날 사람들의 심경을 요약한 제목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