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금속노조 '쌍용차 파업' 100억 배상금 감액(종합2보)

배상 원금 33억원에 10년간 지연이자 붙어 100억원 육박
대법 "손해액 중 18억8천만원 제외"…배상금 30% 이상 줄어
2009년 정리해고에 맞서 장기 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을 지원했다가 사측에 100억원을 배상할 처지에 놓였던 금속노조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쌍용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금속노조가 회사에 33억1천14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금속노조에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원심 판단은 유지했다.

다만 쌍용차가 2009년 12월께 파업 복귀자들에게 지급한 18억8천200만원에 대해서는 "파업과 상당한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배상금 산정에서 제외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해당 금액은 쌍용차가 파업 이후 임의적·은혜적으로 경영상 판단에 따라 지급한 것에 불과하다"며 "손해의 원상회복이나 후속 손해의 방지 등을 위해 통상적으로 지출한 비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금속노조가 지급해야 하는 액수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원심은 파업 기간 쌍용차가 자동차를 판매해 얻을 수 있었던 영업이익, 파업 기간 지출한 고정비 등을 반영해 총손해액을 55억1천900만원으로 정했다. 여기에 금속노조의 책임을 60%로 제한해 33억1천만원을 배상금으로 도출했다.

아울러 2011년 1월12일부터 1심 선고일인 2013년 11월29일까지 연 5%, 이후 다 갚는 날까지 연 20%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물렸다.

이에 따라 선고일 기준 노조가 회사에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은 약 100억원까지 늘어났다. 대법원이 손해액에서 18억8천만원을 제외하면서 배상금 원금은 30%가량 줄어들었다.

아울러 소송촉진법에 따른 20% 이자율이 적용되는 기준일이 파기환송심 선고일로 약 10년 미뤄지면서 이 기간 쌓인 누적 이자의 총액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액의 범위는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한정되며, 이에 대해 피해자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2009년 5∼8월 77일 동안 정리해고 반대 파업 농성을 벌였다.

쌍용차는 이로 인해 생산 차질 등 손해가 발생했다며 노조와 소속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쌍용차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개인들에 대한 소송은 2016년 1월 취하했지만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대한 소송은 유지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판결 뒤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청구한 소송이 온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사건을 바로잡기 위한 계기가 돼서 기쁘다"며 "파기환송 결과를 갖고 KG모빌리티(옛 쌍용차) 대표이사를 만나겠다"고 말했다. KG모빌리티는 "금속노조 등에 의한 2009년 당시의 '옥쇄파업'이 불법이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며 "대법원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