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S·엘앤에프, 새만금에 1조원 전구체 공장 짓는다

배터리소재 공장 연내 착공

양극재 핵심 재료 年 8만t 생산
美 IRA 여파, 소재 국산화 절실

LS, 배터리 소재 사업 본격화
엘앤에프는 공급망 강화 포석
㈜LS와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가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합작공장을 연내 착공한다. 약 1조원을 투자해 2025년부터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지난해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한 LS그룹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국내 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핵심 배터리 소재를 국산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전구체로 ‘소재 독립’ 강화

㈜LS와 엘앤에프는 새만금에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는 내용의 투자계획 안건을 16일 이사회에서 각각 의결한다. 총 투자금액은 약 1조원이며 지분율은 ㈜LS가 51%를 가져가는 방안을 놓고 최종 조율 중이다. 투자 금액으로 추정한 전구체 생산량은 연 8만t 이상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전구체는 엘앤에프의 양극재 공장에 납품된다. 양극재 1t을 제조할 때 전구체 1t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엘앤에프는 현재 양극재 생산 규모(연 13만t)의 60% 이상을 국산 전구체로 제조할 수 있게 된다. 전구체 생산에 필요한 황산니켈은 동제련회사인 LS MnM(옛 LS니꼬동제련)이 공급한다.

전구체는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원자재를 배합해 만드는 중간재다. 양극재 제조 비용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그동안 광산이 많고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업체들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다. ‘국산 전구체’가 필요하게 된 계기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이다. IRA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배터리 광물의 50% 이상(부가가치 기준)을 제조해야 이를 탑재한 전기차에 세액공제(대당 7500달러)를 제공하도록 했다. 전구체는 IRA에서 광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산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LS와 엘앤에프의 합작은 한국 기업끼리 뭉쳐 소재 국산화를 일궈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전구체 공장 투자는 광물 조달이 쉬운 중국 업체와의 합작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미국이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해외우려단체(FEOC) 기준을 밝히지 않은 터라 리스크가 남아 있다. 중국 기업 지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한국에 합작공장을 지었더라도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엘앤에프는 테슬라에 양극재를 직납하는 만큼 전구체 내재화 필요성이 더 컸다.

LS, 배터리 소재 본격 진출

이번 합작을 통해 LS그룹은 배터리 소재 사업에 본격 나서게 된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2030년 신사업 비중의 50%를 배·전·반으로 채우겠다고 지난해 7월 공언한 지 약 1년 만이다. LS MnM은 충남 아산시 토리컴 사업장에 연 5000t 규모 황산니켈 생산공장을 지난 3월 준공하며 배터리 원자재 수급도 강화하고 있다. LS MnM은 2030년엔 연 27만t으로 황산니켈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MHP(니켈 수산화 침전물), 블랙파우더(폐2차전지 전처리 생산물) 등도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LS그룹은 계열사별 역량을 바탕으로 전기차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전기차 충전 플랫폼, LS이링크는 충전 솔루션, LS전선은 고전압 전선뭉치 등에 주력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양극재 제조 과정의 핵심인 전구체까지 사업을 확대해 공급망을 강화하게 됐다. 이 회사는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연 기업설명회에서 “2028년 기준으로 전구체 내재화율을 최대 30%까지 높일 것”이라며 “LS그룹은 원자재 제련 기술을 보유한 데다 전구체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밝혔다. 엘앤에프는 전구체뿐 아니라 리튬 생산공장도 자체적으로 가동하겠다는 목표다.두 회사가 합작공장 위치를 새만금으로 결정한 이유는 원료를 들여오는 중국과 거리가 가까워서다. 새만금엔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0배가 넘는 광활한 매립지가 있고, 입주 기업은 5년간 법인세를 100% 감면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엘앤에프와 합작 계획에 관해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김형규/강미선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