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스킵한 파월 "연내 2번 더 올린다"…시장선 "안 믿어"

Fed,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동결…연 5.25% 유지

10회 연속 금리인상 후 숨고르기
추가인상 예고 '매파적 건너뛰기'
"물가 여전히 높아 연내 인하 없다"

올해말 최종금리 전망 年 5.6%
시장선 "한차례 인상 그칠 것"
14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고강도 긴축이 금융시장 등에 미칠 영향을 살피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있어 Fed는 “연내 두 번 더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은 ‘매파적 건너뛰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선 “여러 변수로 인해 Fed 계획대로 되기 힘들 것”이라며 반신반의하고 있다.

○금리 동결하면서 향후 인상 예고

이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을 멈춘 점을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린 후폭풍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신용 긴축으로 인한 잠재적 역풍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향후 기준금리 경로다. Fed는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연 5.6%로 전망했다. 지난 3월 FOMC 때 잡은 연 5.1%에서 0.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그러면서 Fed는 연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이 완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Fed는 올해 말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 예상치를 3.6%에서 3.9%로 올렸다. 파월 의장은 “올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많이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두어 해가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셋째로 Fed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봤다. Fed는 경제전망(SEP)을 통해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0.4%에서 1.0%로 올렸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4.5%에서 4.1%로 낮췄다. 계속된 긴축에도 노동시장은 여전히 탄탄하고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Fed를 믿지 못하는 시장

이날 점도표 공개 직후만 해도 시장은 얼어붙었다. 연말 기준금리 수준이 예상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뉴욕증시는 하락했고 채권 금리는 상승했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강세를 보였다.시간이 지나면서 Fed 점도표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FOMC의 수사법은 매우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지만 실제 행동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건들락 CEO는 “노동시장이 강하다고 하지만 최근 일자리가 늘었어도 평균 근무시간은 줄었다”며 “실물 경제가 매우 나쁘기 때문에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S&P500지수는 강보합으로 전환했다. 나스닥지수도 막판에 힘을 내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36%포인트 내린 연 3.792%로 거래를 마쳤다. 2년 만기 금리도 0.004%포인트 떨어진 연 4.680%로 마감했다. 달러인덱스 역시 0.32% 내린 103.0으로 끝났다.

투자은행(IB)들은 고강도 긴축의 영향이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ING는 “누적된 긴축 효과와 은행 대출 기준 강화로 인한 타격이 데이터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런 점이 Fed가 더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씨티은행처럼 Fed가 연내 기준금리를 두 번 올릴 것으로 보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Fed가 금리를 못 올리거나 한 번 정도 인상할 것으로 판단했다. 골드만삭스는 “Fed가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확신이 없어 금리 전망치를 올렸다”며 “Fed가 새로운 점도표를 따를 것인가에 대해서 시장은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향후 데이터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모건스탠리는 “Fed가 예상한 것보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해 9월 FOMC에서 근원 인플레이션과 최종금리 전망을 다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인엽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