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사기' 피해 3000억…상장사 대표들까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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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창조투자자문 현장조사비상장회사 투자를 미끼로 돈을 빼돌린 창조투자자문 대주주 A씨의 사기 규모가 3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중에선 코스닥의 H사를 비롯해 복수의 상장사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창조투자자문과 A씨와의 연관 관계, 공범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강도 높은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비상장 투자 '年30% 수익' 미끼
100억 이상 물린 상장사도 다수
금감원 '창조투자' 투자내역 분석
대주주와 연관·공범 여부 확인중
금감원은 지난 7일부터 창조투자자문에 직원들을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금감원은 창조투자자문이 A씨의 사기 행각에 도움을 줬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A씨는 2013년 창조투자자문을 세운 인물이다. 지금도 지분 8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년 전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에 활용한 P사를 인수할 무렵까지 이 회사 대표를 맡았다.금감원 관계자는 “A씨가 투자자문업계에서 쌓아온 실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P사에서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창조투자자문과 투자 물건을 공유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창조투자자문의 자체 투자와 일임 고객의 투자 내용 등을 함께 분석하고 있다.
A씨는 창조투자자문 대표를 지내면서 영화 등 문화콘텐츠 투자에서 두각을 보였다. ‘기생충’ ‘영웅’ ‘공작’ ‘엑시트’ ‘사바하’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이와 함께 교육 스타트업 야나두와 게임회사 카카오게임즈, 골프 스타트업 스마트스코어 등 비상장 회사 투자에서도 수익을 내 투자자에게 신뢰를 쌓았다.
창조투자자문은 금감원 조사에 대해 “우리도 피해자”라며 “A씨와는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인 등에게 “A씨는 큰손 고객의 투자 자문에 집중했고 이외 직원은 주식 일임을 맡았기 때문에 투자 내용이 달랐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증권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89%를 보유한 대주주가 회사 경영과 투자 등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씨가 피해자들에게 받은 투자 금액은 당초 알려진 규모 이상으로 불어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미등록 투자자문사인 P법인과 A씨 계좌에 뭉칫돈이 오간 사실을 통보하자 수사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확보한 피해자는 30여 명, 파악된 피해 금액은 1000억원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예상되는 총 피해 규모는 3000억원가량”이라며 “피해자 중 신고를 꺼리는 기업인과 자산가가 많아 정확한 피해 금액이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중에는 정보기술(IT)업계에서 유명한 H사 등 상장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피해자들은 A씨가 매달 원금의 2%에서 많게는 5% 이상을 지급하자 투자금을 차츰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투자를 통해 번 돈이 아니라 다른 투자자의 돈으로 수익금을 지급한 ‘폰지 사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를 참고인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하고 조만간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