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無계파 학자에 혁신 전권…'이래경 낙마'에 현미경 검증

'내홍 우려' 외부 교수에 혁신기구 수장 맡겨…재산·SNS 등 꼼꼼한 검증
'김남국 코인' 논란 따른 도덕성 회복 등 급선무…비명계는 '혁신위 무용론'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당 쇄신 작업을 이끌 혁신기구 수장에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낙점한 것은 '이래경 낙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은 결과로 풀이된다. 당 혁신을 이끌 역량을 고려한 것은 물론 한 차례 불거진 부실 검증 논란까지 불식시키기 위해 지도부가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적임자라는 것이다.

당은 우선 김 교수가 금융감독원 부원장(금융소비자보호처장) 등을 지낼 당시 보여준 개혁적 성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김 교수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원칙주의자이자 개혁적 성향의 인물로 알려졌다"며 "금융 약자들의 편에 서서 소비자 보호 분야의 전문성도 보여줬다"고 전했다. 김 교수가 2015∼2017년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무감사위원으로 일하며 당시 혁신 작업을 경험한 것 역시 가점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를 혁신기구 수장으로 선택하기까지는 '현미경 검증'이 있었다.

지난 5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 발언 등에 따른 논란 후 자진해서 사퇴하자 '깜깜이 검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발표 전 임박해서 비공개 회의를 열어 적임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잡음도 일었다.

이번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기록은 물론 재산 형성 과정에 불법이 있었는지까지 들여다보며 최고위원 간 여러 차례 논의를 벌이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는 게 당의 설명이다.

김 교수가 서울 강남 지역에 2주택을 소유한 사실이 확인됐으나, 이 중 한 채는 사별한 남편의 재산을 두 아들과 함께 상속받았다는 소명이 이뤄졌다.
비명(비이재명)계로부터 '친명(친이재명)계 친위대' 등의 공세를 받지 않는 혁신기구 수장을 세워야 한다는 점도 지도부의 고려 요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한 이 이사장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한 사실이 공개돼 이 대표 등을 향한 비명계의 거센 공격이 이어졌다.

김 교수가 문재인 정부 당시 금감원 부원장을 지낸 이력 등은 상대적으로 이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김 교수와 함께 혁신기구 수장 후보군에 들었던 다른 후보들은 이 대목에서 감점 요인이 있었을 수 있다.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은 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가까운 인물이고,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경기연구원 이사를 지내 '친명' 프레임이 씌워질 가능성이 있었다.

다만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혁신위 무용론'을 주장하며 "이 대표가 그만두는 게 가장 큰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당은 일단 김 교수에게 혁신의 전권을 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 혁신의 방향과 범위 등은 김 교수가 본격적으로 혁신기구 수장 역할을 수행하면서부터 선명해질 전망이다.

당장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보유·거래 의혹 등으로 치명상을 입은 당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연장선상에서 지난 2015년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내놓았던 혁신안이 선례가 될 수 있다.

당시 '김상곤 혁신위'는 선출자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현역 국회의원을 평가하고, 재·보궐선거 원인 제공 시 해당 지역의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등의 강도 높은 혁신안을 지도부에 제시했다. 내년 총선 승리가 절체절명의 목표가 된 만큼 현역 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등 '김상곤 혁신위' 때에 준하는 강력한 혁신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