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용으로 딱 좋아"…예상 뒤엎고 인기 폭발한 차 [신차털기]

2024년형 미니 일렉트릭 시승기
서울~안산 왕복 167km 충전 없이 주행
제원상 주행 가능 거리 159km
도심 출퇴근용, 근거리 나들이용으로 제격
편의 장치 미지원 아쉬워


여타 전기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너무 짧다는 지적을 받고도 '반전 인기'를 끈 BMW 미니(MINI) 일렉트릭의 매력 포인트는 역시 특유의 외관이다. 미니 쿠퍼 S를 기반으로 개발한 3도어 모델로 내연기관 차량과 큰 차이가 없다. 실내외 곳곳에 형광색 포인트를 적용해 전기차라는 점을 강조한 정도다.지난달 17일 출시된 2024년형 미니 일렉트릭을 직접 타봤다. 이번 미니 일렉트릭은 나누크 화이트, 아일랜드 블루 등 외장 색상 2종이 추가돼 총 4가지 색상을 고를 수 있다. 편의 기능으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스티어링 휠 열선 등이 기본사양으로 적용됐다.

미니 일렉트릭은 159km라는 1회 충전 주행거리에도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이전 모델(2023년형)은 국내 배정 물량의 90%인 700대가 사전 예약 완료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출시 이후 당초 계획된 물량을 초과해 총 893대의 판매량을 달성했다.
2024년형 미니 일렉트릭 외관. 영상=신용현 기자
지난 12일 서울역에서 경기도 안산 탄도항까지 왕복 총 167km를 주행해봤다. 고속화도로와 일반 도로를 달리며 도심 주행 및 가속감 등을 다양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짧은 주행 가능 거리가 미니 일렉트릭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만큼 실제 주행 습관으로 운전시 제원상 1회 충전시 주행가능 거리(159km)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도 확인해봤다.
2024년형 미니 일렉트릭. 사진=MINI 코리아 제공
결론부터 말하면, 가급적 주행거리가 늘어나도록 주행 모드를 바꿔가며 운전하긴 했지만 제원상 주행가능 거리보다 좀 더 많은 거리를 주행할 수 있었다. 남은 주행거리가 계속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으나 출퇴근길 교통 체증을 뚫고 수도권 외곽까지 총 167㎞를 달렸다.

제원상 주행가능 거리 159㎞보다 8㎞를 더 갔는데 계기판에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30㎞였다. 숫자상으론 197㎞까지 주행 가능한 셈이다. 예상보다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어 출퇴근용 혹은 근거리 나들이용 전기차로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차체 크기는 경차와 비슷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크게 느껴졌다. 전장은 3850㎜이다. 기아 경차 레이(3595㎜)보다 255㎜ 더 길고, 전폭은 1725㎜로 레이(1595㎜)보다 130㎜ 더 넓다. 전고와 휠베이스는 레이(1700㎜/2520㎜)가 각각 270㎜, 25㎜ 더 길다.
2024년형 미니 일렉트릭 실내. 영상=신용현 기자
실내 공간은 간결한 디자인과 편의성이 강조됐다. 중앙에 위치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미니 특유의 원형으로 구성돼 있고 8.8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계기판은 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에 배터리 잔량과 주행 속도, 주행 가능 거리 등을 나타낸다. 중앙부의 공조 장치 조작 버튼은 비행기 조종석의 버튼을 연상시킨다. 위아래로 레버를 움직여 공조 장치와 회생 제동량, 주행 모드 설정 등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 편리했다.
2024년형 미니 일렉트릭 시동, 공조장치 등 조작 버튼. 사진=신용현 기자
실내 공간에서 불편함이 있다면 단연 내비게이션이다. 기본으로 장착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옵션으로 선택하거나 애플 카플레이를 연결해야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는 지원하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지원할 예정이지만 시기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동 시트 부재도 아쉬운 부분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위치 조절은 수동으로 조정해야 한다. 트렁크 역시 수동으로 열고 닫는다. 2열 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1열 좌석을 앞쪽으로 바짝 당겨야 성인 남성이 겨우 앉을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운전석을 최대한 뒤로 밀착한 탓에 운전석 바로 뒷좌석은 탑승이 불가능했다.
2024년형 미니 일렉트릭 좌석 여유 공간. 영상=신용현 기자
실제 운전을 해보니 전기차의 정숙성이 느껴졌다. 조용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빠르게 치고 나갔다. 미니 일렉트릭엔 184마력, 최대토크 27.5kg·m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탑재됐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3초다. 급속충전 시 80%까지 약 35분 소요된다.

코너 구간 주행은 밀림 없이 안정적이었다. 바닥에 깔린 배터리 무게가 중심을 잡아줬고, 차체가 바닥에 붙어가는 듯한 묵직한 느낌마저 들었다. 서스펜션이 단단한 탓에 고르지 못한 노면의 주행감은 그대로 느껴졌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땐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통통 튀는 느낌 대신 눌려있던 차체를 꽉 잡았다가 살며시 놓아주듯 부드럽게 넘어갔다.
2024년형 미니 일렉트릭 주행모드 선택. 영상=신용현 기자
미니 일렉트릭의 주행 모드는 스포츠와 노멀, 그린, 그린+ 총 4가지다. 그린+모드로 갈수록 주행 가능 거리는 늘어난다. 그린+는 공조장치 제한 등 극단적인 절약 단계다. 시승 중 4가지 모드를 모두 사용해봤다. 스포츠 모드에선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빠르게 치고 나가려는 주행 성능이 돋보였다. 노멀 모드는 일반 내연기관차의 주행감과 비슷했고 그린 모드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그린+ 모드로 설정하자 에어컨 온도표시는 사라졌고 약한 바람만 느껴졌다.

시승은 연비 운전 대신 실제 주행 방식과 비슷하게 진행했다. 에어컨 온도는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20도, 바람 세기는 3단으로 설정했다. 블루투스를 연결해 음악을 듣고, USB 케이블로 스마트폰 충전도 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짧은 탓에 남은 거리가 지속적으로 신경 쓰이는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100㎞ 남았을 때 스포츠 모드에서 그린 모드로 변경했다. 50㎞ 남았을 땐 목적지까지 가기 전에 차가 멈출 것 같단 불안감에 그린+모드로 변경했다. 차가운 바람은 나오지 않고 에어컨 송풍 모드의 바람만 느껴졌다. 더운 날씨에 10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린 모드로 변경했다.
2024년형 미니 일렉트릭 시승 전 후 주행거리 비교. 총167km 주행. 배터리 잔량 30% 여유 남아. 영상=신용현 기자.
다만 시승을 해보니 제원상 짧은 주행 거리의 아쉬움보다 5000만원대 차량에 수동 조작 시트, 수동 트렁크, 안드로이드 오토 미지원이 더 큰 단점으로 느껴졌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