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하려면 2년 기다려라"…동네 이자카야 갔다가 화들짝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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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넘어 시(時)성비의 시대가 온다(1)
알음알음 소문난 동네 이자카야…예약에 2년
시간 대비 성능 따지는 젊은 세대
유행가 도입부 10년새 1/3로 줄어
'타임퍼포먼스' 줄인 '타이파' 日의 트렌드로
"저녁예약을 문의드리고 싶은데요."
"저녁예약 말씀인가요. 죄송합니다. 저녁은 비는 날이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언제부터 예약이 가능한가요?"
"현재는 예약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만 비어있는 건 내후년 6월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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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다카 식당을 방문한 때는 2022년 7월19일이었다. 다음 예약을 하려니 2024년 11월19일, 정확히 2년 4개월 뒤에 예약이 됐다. 도쿄특파원의 임기가 끝난 뒤지만 일단 예약부터 하고 봤다.
도쿄에는 미슐렝의 본고장 파리보다 미슐렝 레스토랑이 더 많다. 자신의 솜씨 하나만 믿고 상권 불문 과감하게 가게를 내는 요리인과 맛을 위해서라면 도쿄 끝에서 끝까지 찾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술꾼들이 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일 것이다.
물론 모든 일본인들이 맛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2년을 기다려주는 미식가일 리는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젊은 세대들은 1초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테잎이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듣는 시대가 저물고 정기구독형으로 음악을 무제한 골라 듣는 시대가 되면서 생긴 변화다. 첫 소절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곡은 가차없이 스킵을 당하니 도입부도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이다.
전주만 짧아진게 아니라 노래 길이 자체가 2~3분으로 줄어든 것도 최근 10년 사이의 변화다. 곡의 길이가 짧을 수록 재생회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 가성비, 즉 가격 대비 성능을 넘어 시간 대비 성능을 뜻하는 시(時)성비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