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만원 돌려달라" 노부부 소송에…바이든까지 '촉각'

인도 농기구 공급회사에 투자한 무어 부부
지분 10% 이상 보유했지만 소득 발생 안해
2017년 도입 '의무송환세' 따라 세금 부과

최대 433조원 환급 기대에 보수단체도 부부 지원
'부유세' 좌초될라 바이든 행정부 "기각해달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노예해방일 기념 공연장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금 1만4729달러(약 1880만원)를 환급받기 위한 한 노부부의 소송에 미국 정·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실현소득 과세에 대한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해외자본에 부과된 최대 433조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부유세 정책의 운명도 엇갈릴 수 있어서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 대법원은 이날까지 미실현소득 과세에 대한 찰스-캐슬린 무어 부부의 소송을 검토할 계획이었으나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법원이 다음주까지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무어 부부는 자신들이 얻지 않은 수익에 대해 1만4729달러의 세금이 부과된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국세청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인도 농촌에 농기구를 공급하는 회사 '키산크래프트'에 투자해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했다. 회사는 인도에서 얻은 이익을 재투자했고, 무어 부부는 소득을 얻지 않았다.

이들이 발생하지 않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게 된 것은 미국 의회가 2017년 도입한 이른바 '의무송환세' 때문이다. 당시 의회는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국으로 송환하지 않을 경우, 30년 간 누적된 이익에 대해 일회성 세금을 부과했다. 당시 부과된 세금은 약 3390억달러(약 433조원)에 달한다. 이는 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의회가 내놓은 자구책 중 하나였다. 미국 재계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어 부부가 소송을 제기하자 미국 상공회의소 등 보수 단체와 기업들이 이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당시 다국적 기업들이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무어 부부는 연방 지방법원에서 패소했다. 제9순회항소법원은 "소득의 실현은 헌법적 요건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무어 부부는 제9순회항소법원 전체에 대한 심리 요청에서도 패소했지만, "다수의견이 통상적인 의미와 역사, 선례에서 어긋난다"는 패트릭 부마타이 판사의 반대의견을 이끌어냈다.


무어 부부가 대법원에서 승소한다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부유세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유한 미국인의 연간 미실현 이익을 소득으로 과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하급 법원 사이에 충돌이 없다는 점, 일회성 법안에 대해 광범위한 판결을 내려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법원에 사건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