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감동도 잠시…고민정 등장하자 바로 고성 오갔다

여야 모두 기립박수 친 김예지 '코이 연설'
다음 질의 나선 고민정…한덕수와 고성 설전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는 모습. / 사진=뉴스1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른바 '코이 물고기' 연설로 감동을 준 지난 14일, 김 의원 다음 질의자로 나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성 질의'를 벌여 빈축을 샀다.

고 의원은 이날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발언대로 불러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실태 및 고려사항'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어 이 문건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6·2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1월 13일 국가정보원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밝혔다.해당 문건에는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 시 좌 편향 시민단체 및 특정 방송사 관련자 배제 ▲건전 매체 및 보수단체들과 협조 ▲방송사의 좌 편향 선거 보도 견제 활동 강화 및 자생적 선거 보도 감시단체 조직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는 이어 현재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로 거론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당시 문건 작성을 지시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 총리는 국회법에 따라 대정부질문 요지가 48시간 전에 통지돼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총리는 "저 서류와 관련된 것은 저에게 전달된 바 없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한 총리가 재차 답변을 거부하자 "그러려면 이 자리에 왜 나왔냐", "이런 답변 태도에 굉장히 유감", "지금 여기 싸우자고 나왔나" 등 목소리를 높였다. 한 총리도 "대단히 유감스럽고, 비합리적이고, 대단히 비상식적인 질문을 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맞섰다.여권에서는 고 의원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자 의도적으로 한 총리를 공경에 빠트리는 '정치 쇼'를 벌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15일 'YTN 뉴스나이트'에서 "고 의원이 발표한 문건은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박형준 후보에게 이미 나왔던 철 지난 문건"이라며 "이걸 본회의장에서 흔들면 이게 굉장히 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국무총리를 공경에 빠뜨리게 하려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이어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게 국무위원의 역할이고 설명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 질문하는 건데, 그럼 질문요지서를 먼저 줘야 한다"며 "고 의원이 자꾸 흔드는 건 지나친 정치적 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고 의원은) 사전 준비 없이 아무 자료나 막 들이대 국무위원을 겁박하고 윽박만 지를 뿐"이라며 "대정부질문은 장학퀴즈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섰다. / 사진=뉴스1
이날 고 의원의 질의는 바로 직전에 질의자로 나섰던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와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장애인 정책의 방향과 정부의 역할 등을 주제로 질의를 마친 뒤 의원들 앞에서 '코이 물고기' 연설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코이라는 물고기가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언급하면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균등 속에서 재능을 많이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주시길 기대한다"고 호소했다.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들께서 이번 대정부질문을 보고 국회의원이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람직한지 현명하게 판단하셨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총리의 주장대로라면 국회의원은 정부와 미리 구체적인 질문과 자료를 모두 보내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쇼를 하라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