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윤정은 "나쁜 기억만 지우면 우리는 행복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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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경상도분이라 무뚝뚝하세요. 제가 10권 넘게 책을 쓰는 동안 저한테 사인한 책을 달라고 하신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번 책은 '사인본 한 권만 줘라' 하시더라고요. 이 책이 인기가 있구나 그때 실감했죠."(웃음)
소설가 윤정은 작가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대형 출판사가 제 소설을 출간한다니 아직도 생경하고 꿈만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의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지난 3월 국내 출간 70일 만에 10만부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다. 최근 영국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에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라는 높은 선인세를 받고 수출됐다. 작품의 수출 계약을 이끈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는 "영미권 외 대만 튀르키예와 계약을 완료했고, 러시아 이탈리아 폴란드 인도네시아 포르투갈 등과도 계약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설은 나쁜 기억을 마법으로 지워주는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힐링 판타지 소설'이다. 최근 서점(<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편의점(<불편한 편의점>) 등 일상적 공간에 위로의 감성을 더한 소설들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여기에 판타지 요소도 가미한 셈이다.
"만약에 말이야. 후회되는 일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마음에 상처로 새겨져 굳어버린 얼룩 같은 아픔을 지울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해질까?" 소설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윤 작가는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손빨래를 해서 햇볕에 말리는 게 평소 습관"이라며 "어느 날 '옷의 얼룩 같은 상처를 깨끗하게 지워주는 세탁소가 있으면 어떨까' 상상했고, 소설의 도입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동네 골목에서 마주치는 정겨운 세탁소처럼, 소설 속 문장들은 화려하지 않다. 세탁소에서 자신의 후회와 상처를 마주하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공감을 선사한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인생의 좋았던 추억과 나빴던 기억을 돌이키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인생에서 삭제해버려도 되는 순간이란 없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이번 소설은 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윤 작가는 2012년 동서문학상 소설 부문 은상 수상 이후 주로 에세이를 써왔다. 그는 "꾸준히 써왔던 일상, 힐링, 공감에 대한 정서가 소설에도 녹아든 것 같다"며 "현실의 삶이 워낙 팍팍하니 독자들이 책을 통해 짧게나마 위안과 기쁨을 얻고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소설의 또 다른 키워드는 '가족'이다. 세탁소 주인인 주인공 '지은'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가족들과 헤어진 뒤 그 상처를 극복하려 세탁소를 연다. 윤 작가는 "가족애라는 정서가 너무나 한국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해외에서도 이 이야기가 공감해줘 신기했다"고 했다.
소설에는 해외 독자들에게 친숙할 에밀리 디킨슨이나 폴 발레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 서양 예술인들이 인용된다. 영화감독 박찬욱이나 떡볶이집 이야기 등 해외에서 즐기는 한국 문화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윤 작가는 "소설을 쓸 당시에는 해외 독자들을 염두에 둔 건 아니고 그저 평소 좋아하는 예술가들을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와서 보니 한국 소설이 해외 출간된다는 건 그 속의 다양한 한국 문화도 함께 소개된다는 것"이라며 "혼자서 '다음 소설에는 윤동주 시인이나 화가 김환기를 언급해볼까' '비빔밥 같은 다른 한국 소설도 소개해볼까' 생각해봤다"며 웃었다. 윤 작가는 강연, 네이버 오디오클립,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해왔다. 작품 속에도 인스타그램이나 인플루언서 등 소셜미디어 소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현대 작가라면 어느 채널이든 한 개쯤 열어두고 독자들과 만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유행하는 소셜미디어는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문화고, 그걸 이해해야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등장인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반응들 중에는 '이 소설 덕에 태어나서 처음 소설을 완독했다'는 독자 반응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죽을 때까지 읽고 쓰는 삶을 꿈꾼다"는 그의 장래희망은 '백발의 작가 할머니'. 이르면 내년 같은 출판사(북로망스)를 통해 새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소설가 윤정은 작가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대형 출판사가 제 소설을 출간한다니 아직도 생경하고 꿈만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의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지난 3월 국내 출간 70일 만에 10만부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다. 최근 영국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에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라는 높은 선인세를 받고 수출됐다. 작품의 수출 계약을 이끈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는 "영미권 외 대만 튀르키예와 계약을 완료했고, 러시아 이탈리아 폴란드 인도네시아 포르투갈 등과도 계약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설은 나쁜 기억을 마법으로 지워주는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힐링 판타지 소설'이다. 최근 서점(<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편의점(<불편한 편의점>) 등 일상적 공간에 위로의 감성을 더한 소설들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여기에 판타지 요소도 가미한 셈이다.
"만약에 말이야. 후회되는 일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마음에 상처로 새겨져 굳어버린 얼룩 같은 아픔을 지울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해질까?" 소설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윤 작가는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손빨래를 해서 햇볕에 말리는 게 평소 습관"이라며 "어느 날 '옷의 얼룩 같은 상처를 깨끗하게 지워주는 세탁소가 있으면 어떨까' 상상했고, 소설의 도입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동네 골목에서 마주치는 정겨운 세탁소처럼, 소설 속 문장들은 화려하지 않다. 세탁소에서 자신의 후회와 상처를 마주하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공감을 선사한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인생의 좋았던 추억과 나빴던 기억을 돌이키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인생에서 삭제해버려도 되는 순간이란 없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이번 소설은 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윤 작가는 2012년 동서문학상 소설 부문 은상 수상 이후 주로 에세이를 써왔다. 그는 "꾸준히 써왔던 일상, 힐링, 공감에 대한 정서가 소설에도 녹아든 것 같다"며 "현실의 삶이 워낙 팍팍하니 독자들이 책을 통해 짧게나마 위안과 기쁨을 얻고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소설의 또 다른 키워드는 '가족'이다. 세탁소 주인인 주인공 '지은'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가족들과 헤어진 뒤 그 상처를 극복하려 세탁소를 연다. 윤 작가는 "가족애라는 정서가 너무나 한국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해외에서도 이 이야기가 공감해줘 신기했다"고 했다.
소설에는 해외 독자들에게 친숙할 에밀리 디킨슨이나 폴 발레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 서양 예술인들이 인용된다. 영화감독 박찬욱이나 떡볶이집 이야기 등 해외에서 즐기는 한국 문화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윤 작가는 "소설을 쓸 당시에는 해외 독자들을 염두에 둔 건 아니고 그저 평소 좋아하는 예술가들을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와서 보니 한국 소설이 해외 출간된다는 건 그 속의 다양한 한국 문화도 함께 소개된다는 것"이라며 "혼자서 '다음 소설에는 윤동주 시인이나 화가 김환기를 언급해볼까' '비빔밥 같은 다른 한국 소설도 소개해볼까' 생각해봤다"며 웃었다. 윤 작가는 강연, 네이버 오디오클립,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해왔다. 작품 속에도 인스타그램이나 인플루언서 등 소셜미디어 소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현대 작가라면 어느 채널이든 한 개쯤 열어두고 독자들과 만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유행하는 소셜미디어는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문화고, 그걸 이해해야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등장인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반응들 중에는 '이 소설 덕에 태어나서 처음 소설을 완독했다'는 독자 반응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죽을 때까지 읽고 쓰는 삶을 꿈꾼다"는 그의 장래희망은 '백발의 작가 할머니'. 이르면 내년 같은 출판사(북로망스)를 통해 새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