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명클럽서 '집단 마약'…클럽 직원·투약자 검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에서 마약류를 유통한 클럽 직원과 이를 받아 투약한 사람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 등 57명을 붙잡아 이 중 혐의가 중한 10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검거된 이들은 클럽 MD 9명, 이른바 '○○팸'이라고 불리는 단골손님 16명, 단순 매수·투약자 32명 등이다. 클럽 MD는 클럽에서 손님을 유치하는 역할을 맡는 영업직원이다.

클럽 MD A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시 강남구 소재 유명 클럽 4곳에서 손님들에게 마약류인 케타민과 엑스터시를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고가 주류를 주문하는 '○○팸' B씨 등에게 VIP 대접을 하며 좋은 좌석으로 안내하는 등 각종 편의와 함께 마약류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 일행은 1병에 1200만원 상당의 샴페인을 주문하는 등 하루에 많게는 수천만원 상당의 주류를 소비했다. A씨 등은 이처럼 값비싼 술을 시키는 손님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마약류를 공짜로 건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B씨 등은 클럽에서 즉석 만남으로 만나 알게 된 다른 손님들에게 마약류를 팔거나 함께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클럽 측에서는 내부 전광판에 '오늘의 순위'라는 제목으로 VIP 손님 순위를 실시간으로 띄우며 고가의 주류를 주문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검거된 57명은 모두 20~30대로, 직업은 유흥업소 접객원 및 무직자 등으로 확인됐다. 고위직이나 기업가의 자녀 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유통한 마약류의 총량과 범죄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케타민 651ｇ, 엑스터시 126정 등 시가 1억8000만원 상당의 마약류 및 범죄 수익금 550만원을 압수했다.

마약류 유통량이 많거나 동종 전과가 있는 등 비교적 혐의가 무거운 10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중 구속된 B씨의 경우 자신에게 마약류를 공급해주던 A씨가 경찰에 붙잡히자 태국에서 1억1000만원 상당의 케타민을 속옷에 숨겨 입국을 시도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정경동 경기남부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은 "마약사범 수사 과정에서 서울 강남 클럽의 마약류 유통 관련 첩보를 입수, 1년여간 수사한 끝에 A씨 등을 검거했다"며 "마약류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른 현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범죄 척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