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종목 하한가' 원인도 빚투…檢 수사, 통정매매 등 입증 관건

5개 종목 동시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증시에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또 불공정거래 우려감이 덮쳤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검찰이 사태 이튿날인 15일 온라인 주식정보 카페 운영자 강모(52)씨를 압수수색하며 전격 수사에 착수해 이번 사태는 빠른 속도로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추가 피해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검찰과 금융당국은 이들 종목 주가가 폭락하기 전부터 시세조종 등 의심 정황을 포착해 불공정 거래 여부를 주시하다가 최근 강씨를 출국 금지했다.

앞서 한국거래소도 지난 14일 동일산업·동일금속·만호제강·대한방직·방림 등 5개 종목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하자 장 마감 후 즉각 거래정지 조치에 나섰다.

거래소 관계자는 "5개 종목의 주가 급락과 관련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의심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속히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증권가 "폭락의 직접적 원인은 과도한 '빚투' 추정"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하한가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과도한 '빚투'(빚내서 투자)라고 보고 있다.

강씨는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된 네이버 카페 'A투자연구소' 운영자다.

5개 종목은 강씨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매수 추천 종목으로 자주 언급돼왔다.우선 강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제히 자신이 자금을 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직접 밝혔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영권 유지 또는 확보하기 위해 자금을 구해 (주식을) 사는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강씨는 이번 하한가는 반대매매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반대매매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장내에서 물량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는 "장중 반대매매가 일어난 게 아니고 주가가 일정 가격 이하가 되면 다음 날 무조건 반대매매 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며 "그러면 그 사람들은 반대매매를 안 당하기 위해 강제로 (매물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 매물이 나올 때 제가 자금을 구해 사는 역할을 해왔다"고 부연했다.

강씨는 "열심히 주주행동주의의 성공을 위해 헌신해주신 분들의 계좌들까지 대출만기 연장이 안 되는 문제가 도래하기 시작했고 저로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해결책을 갖고 동분서주하던 중 과로로 졸도해 아래턱과 왼쪽 턱이 깨지면서 치아 3개가 부러지고 혀까지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강씨의 통화 내용과 커뮤니티에 올린 글, 5개 종목의 하한가 등을 종합해볼 때 강씨는 커뮤니티를 통해 종목을 추천하고 소액주주들을 끌어모았다.

주식을 팔려는 투자자가 나오면 본인이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구해와 매물을 소화해주는 역할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SG증권발 사태로 투자심리가 냉랭해지고 과도한 신용거래가 쉽지 않아지면서 매수 기반이 약해져 강씨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씨는 하한가 사태 당일에는 자신을 포함한 가족은 매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자신도 계좌를 옮기며 추가로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며 수급 기반 역할을 해왔다는 취지로 말했다.

강씨는 "그전부터 만기도래한 것들, 대출이 더 안 돼 추가 매수가 불가능한 계좌는 대출 가능한 계좌로 옮겨 매수해야 했다"며 "그런 과정에서 일부 매도 후 잔여 자산은 새로운 계좌로 이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많은 주식을 추가 매수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G증권발 폭락 이전에 하루 10통의 전화가 오면 그중 7∼8건은 주식 살 돈이 있는데 뭘 사야 하느냐는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는데 사태 이후에는 매수 추천 요구는 10통 중 2∼3건으로 줄고 대부분 대출 연장이 안 되니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폭락 수일 전부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쏟아진 매물로 매수 포지션에 있던 분들의 자금이 거의 바닥나 있었고 대출 만기 도래한 것이 연장이 안 돼 주식을 팔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했다.
◇ 폭락 사태의 본질은 시세조종인가…검찰·금융당국 신속 조사
폭락 하루 만에 강제수사에 착수한 검찰과 금융당국은 강씨가 주식정보 카페를 운영하면서 통정매매를 통한 시세조종을 했는지 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SG증권발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투자컨설팅업체 H사 대표 라덕연씨처럼 투자자들을 모아 소수 종목의 주가를 장기간 조작했는지에 대해 시선이 쏠리고 있다.

라씨는 미등록 투자컨설팅업체를 설립해, 영업팀과 매매팀을 두고 투자자를 모집한 뒤 팀원들이 매매를 대리해왔다는 의혹을 받는다.

자금 동원 방식을 보면 투자 수익률이 30%가 넘으면 정산해주고 다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소액주주들을 모은 뒤 고액 자산가 등을 상대로도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했는지도 의심받는다.

예컨대 자신이 추천한 종목들의 경영권 확보까지 강조하면서, 얼마를 투자하면 수천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한 상장사 경영권을 확보해 수천억원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제안서까지 제작해 투자자를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대화에서 "(저는) 직접 상세한 리포트를 작성하고 그걸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이해할 만한 사람들에게 투자 노력을 반복하면서 제가 원하는 우호 지분 달성을 해나가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출회될 물량을 완전히 소진하면서 경영권에 도전해 줄 수 있는 큰 자금을 한 번에 구하는 노력을 더 강하게 펼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정에 꽤 많은 법인과 제도권 투자자들과 수많은 미팅을 나누면서 조건을 맞춰나가며 리포트를 업데이트해 협의를 반복하면서 좋은 파트너들을 만나 최종 조건을 논의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씨는 "저를 찾아와 종목 추천해달라는 경우에는 직업과 경력, 자금규모, 투자성향 등을 질문한 후 그에 맞춰 2∼3개 종목을 추천했다"며 "얼마까지 올라갈 수 있고, 어느 정도 수익이 가능한지를 물어보면 이런저런 조건이 달성되면 얼마까지는 가능해 보인다고 말해준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자 중에는 자신의 고교 동창과 대학 친구, 4개 회사 선후배, 증권사 애널리스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중소기업 경영자, 상장회사 관계자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시세조종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폭락 사태로 이들 종목이 부각되기 전부터 조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하한가 해당 종목과 사안은 오래전부터 챙겨왔던 건으로 주가 상승·하락과 관련한 특이 동향 또는 원인, 관련자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며 "(운영자) 관련 소문이나 추측 등에 대해서도 관련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