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크론, 블링컨‧게이츠 방중 맞춰 "中에 추가 투자"

"시안 공장에 7688억 추가 투자…일자리 500개 창출"
中당국 제재 이후 4주만…"중국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
중국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중국에 약 8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안보 문제’를 이유로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단을 명령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

무엇보다 해당 투자 계획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의 방중(方中) 시점과 맞물려 공개됐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 개선 신호로 읽히기도 한다.16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SNS) 위챗에 올린 글에서 “중국 시안의 패키징 공장에 향후 몇 년간 43억위안(6억300만달러‧약 7688억원)을 추가로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이번 투자로 “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돼 중국 내 고용 인력이 45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중국 고객들의 요구를 더욱 잘 충족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모바일 디램과 낸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을 생산하는 새로운 생산라인을 개설해 반도체 제품 패키징과 테스트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패키징 설비는 대만의 반도체 칩 패키징 업체인 파워텍테크놀로지의 시안 소재 자회사로부터 조달받을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이 회사와 2016년부터 거래해 왔다.
외신들은 중국 당국이 마이크론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단행한 지 약 4주 만에 이런 조치가 나왔다는 데 주목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지난 5월 21일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사이버 안보 심사 결과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한다”며 중요 정보 시설에서의 마이크론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 당국이 해외 기업에 대해 안보 심사를 벌인 건 마이크론이 처음이다.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 사업과 팀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commitment)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메로트라 CEO의 발언은 중국어로만 쓰여 있었다.

마이크론으로서는 글로벌 매출의 11%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 어려우며, 중국에 대한 ‘러브콜’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이 100개 이상의 정부 입찰 건을 검토한 결과 중국 당국은 해당 제재를 취하기 전부터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줄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론의 투자 소식은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18~19일 베이징에서 중국 고위 관리들과 만나 소통할 예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은 확정된 바 없다. 그러나 그간 악화일로를 걸어 온 미·중 관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중국 사회과학원의 뤼샹 연구원은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양국 관계를 “최악 중에서도 최악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에는 중국을 찾은 게이츠 창립자가 시 주석과 독대했다. 시 주석이 외국 민간 인사와 단둘이 만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시 주석은 게이츠를 “올해 베이징에서 만난 첫 미국 친구”라고 칭하면서, “중국과 미국 관계의 근간은 양국 국민에 있으며, 지속적인 우정을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중앙TV(CCTV) 등이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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