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쓰고 일해서 주가 올려볼게"…크래프톤 직원들 '존버' 돌입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크래프톤 주가, 공모가 절반에도 못 미쳐
우리사주조합, 상장 전과 비슷…익절한 LG엔솔과 대비

"인도 시장서 서비스 재개하며 실적·주가 회복될 것"
크래프톤, 자사주 매입하며 주가 부양 '안간힘'
크래프톤의 대표작 PUBG: 배틀그라운드/ 사진=크래프톤
"나는 공모가에 수억 물렸다, 기 쓰고 일해서 주가 올려볼게. 근데 물타기는 하지마." (크래프톤 직원 A씨)

지난달 말 크래프톤 직원이라고 밝힌 네티즌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이와 같은 내용의 댓글을 게시했다. 한 투자자가 "크래프톤에 6000만원 물려있는데, 결혼자금으로 물타기 할까요?"라고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크래프톤의 주가는 20만3500원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20% 올랐지만 공모가(49만8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기간 개인 투자가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크래프톤의 주식을 사들이는 모습이다.

크래프톤 직원이면서 공모가에 주식을 다량 보유한 것으로 미뤄볼 때, A씨는 우리사주에 투자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8월 20일 상장 당시 크래프톤 우리사주조합은 35만1525주를 배정받았다. 증권신고서상 직원이 133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264주씩 받은 셈이다. 공모가 기준으로 직원 한명당 1억3147만원씩 투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주가다. 크래프톤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재 주가를 고려하면 직원 한명당 약 7775만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 직후엔 주가가 50만원을 웃돌았지만 그 당시엔 매도할 수 없었다. 상장 후 1년간 주식을 의무 보유해야 하는 보호예수 규정 때문이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리사주에 투자한 사원들은 버티기에 돌입했다. 1분기 기준 크래프톤에 남아있는 우리사주 물량은 28만9930주다. 상장 당시 물량보다 약 17.5% 줄어든 수준이다. 직원 100명 중 82명은 손절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크래프톤 주식을 들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크래프톤은 직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한국증권금융 등에서 받은 대출을 사내 대출로 전환하며 이율을 낮췄다. 직원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크래프톤의 상황은 차익 실현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 우리사주조합과 대조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보호예수는 올해 1월에 풀렸는데, 당시 주가는 공모가에 비해 70% 이상 높았다. 우리사주 조합이 보유한 지분도 1년 새 3분의 1로 줄었다.
크래프톤 직원으로 추정되는 A씨는 주가 부양에 힘쓰겠지만, 추가 투자는 신중할 것을 권했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그렇다면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회복할 수 있을까? 증권가에선 크래프톤 주가가 실적 개선에 힘입어 점차 상승할 것으로 봤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1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신작 모멘텀이 없어 주가가 저조했다"며 "이달부터 인도 서비스가 정상화하며 실적은 더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버전(BGMI)의 서비스가 10개월 만에 재개됐다. 서비스 정지 전 BGMI는 현지 앱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크래프톤이 특정 신작의 흥행에 기대는 개발사 구조에서 다작이 가능한 퍼블리셔로 체질을 바꾸려는 시기"라며 "주가가 조정받을 순 있지만 실적 개선이란 버팀목이 있다"고 말했다.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크래프톤은 글로벌 퍼블리셔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게임 퍼블리셔는 개발사에서 개발한 게임을 판매·유통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하반기 경영전략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 PC, 모바일 버전의 재미를 극대화해 성장세를 높일 계획"이라며 "지식재산권(IP)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딥러닝,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실적 외 요소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크래프톤은 공시를 통해 자사주 87만4547주를 장내 취득 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취득·소각 예정 금액은 1679억원으로 지난달 31일 소각이 완료됐다.
지난달 5일 오픈한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신규 어트랙션 '배틀그라운드 월드 에이전트' / 사진=연합뉴스
앞서 크래프톤은 향후 3개년간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잉여현금 흐름(FCF)에서 투자금액을 제외한 상당 부분을 지속적으로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매해 전 FCC에서 투자금액을 제외한 금액의 40% 한도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해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주가가 공모가 수준까지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5월 16일~6월 16일) 크래프톤 종목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 7곳의 평균 목표주가는 약 25만2100원이었다. 현재가 보다 24% 높지만, 공모가에 비해선 49.5%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향후 6개월 또는 12개월을 겨냥해 설정된다.

시장의 눈은 이제 크래프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쏘카로 향하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 봤을 때 쏘카의 주가는 공모가를 웃돌아 본 적이 없다. 현재 주가는 1만6090원으로 공모가(2만8000원) 보다 42.5% 낮다. 상장 당시 1인당 2000만원 정도를 청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평가 손실액은 1인당 8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쏘카 우리사주조합의 보호예수는 8월 22일 만료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