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기술 고민' 해결…CAO가 뜬다

LG CNS, 고객경험 조직 강화
데이터·마케팅 등 380명 규모

김홍근 부사장, CAO 맡아 총괄
"디지털 전도사 역할 하겠다"
LG CNS에서 고객경험(CX) 조직을 총괄하는 김홍근 최고고객책임자(CAO)가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LG CNS 제공
고객경험(CX) 조직을 강화하는 LG CNS의 실험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벤치마킹해 최고고객책임자(CAO) 직책을 두고 있다. 전문 분야별로 나뉘어 있던 팀을 하나로 합친 뒤 CAO 산하에 배치했다. 고객사가 가장 불편해하는 부분을 찾고 이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CAO 조직의 역할이다.

16일 LG CNS에 따르면 CAO인 김홍근 부사장이 관리하는 CX 전문가는 △데이터 △디자인 △마케팅 △채널 등을 합쳐 380여 명에 달한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김 CAO는 고객사의 사업 수요를 기술적으로 풀어내는 일을 한다. 그는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춘 CTO보다는 포괄적이고, 기술 영업 담당 임원보다는 전문적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김 CAO는 금융업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은행은 금융업에서는 전문가지만 인공지능(AI) 혹은 메타버스 영역으로 오면 ‘3불(不)’의 상황에 부닥친다”고 했다. 무엇을 구축해야 할지, 무슨 기술을 쓸지, 무슨 효과가 있을지 파악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LG CNS는 오랜 기간 디지털뱅킹 구축사업 등을 하며 금융업을 이해하는 IT 전문가들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은 CAO 지시에 따라 은행 업무의 ‘페인 포인트’(불편한 지점)를 찾아내고 있다. 수백 개에 달하는 펀드와 펀드별 설명서를 종합한 수만 쪽의 자료를 AI에 학습시켜 상품 추천 및 전화 상담에 적용하는 등의 프로젝트가 이렇게 시작됐다.

최근 LG CNS CAO 조직이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생성형 AI다. 생성형 AI는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새로운 결과물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다양하다. 가전제품 제조기업 A사는 LG CNS와 함께 지난달부터 공장 생산 설비 매뉴얼을 AI에 학습시키고 있다. 설비별로 수백 쪽에 달하는 분량이다.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관리자는 이를 AI에 묻고 쉽게 답을 찾아낼 수 있다. 제품 사용법과 수리 방법도 AI에 학습시켜 고객 응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을 보유한 유통기업 B사도 CAO 조직의 조언에 따라 각종 할인 행사 조건을 AI에 학습시키고 있다. 지점 점주와 직원이 할인 행사에 관해 물어보면 AI가 행사 조건과 기간 등을 정리해 전달한다. 공공기관 고객도 있다. C기관은 이달부터 농민 거주지역, 재배작물, 농지 면적에 따른 최적의 지원금 정보를 찾아서 요약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내부 정보 유출 등 생성형 AI와 관련한 우려를 기술로 불식시키는 것도 CAO 조직의 역할이다. 김 CAO는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통해 AI에 기밀 정보를 가려서 학습시키고, 편향적이거나 거짓인 답변을 차단하는 기술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LG CNS는 디지털 전도사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며 “고객사들이 맞춤형 자체 AI 모델을 보유하게 하는 게 CAO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