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외국인 가사도우미보다 간병인이 급하다

가사도우미 수입해 저출산 해결
반발 많고 논쟁도 소모적

일손부족, 육아보다 간병이 심각
돌봄노동 담당할 외국인력 시급

적정 임금체계와 처우 논의해
해외인력 쟁탈전 대비해야

이상은 사회부 차장
지난달 25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에 관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고용노동부는 시범적으로 재중동포(조선족)가 아닌 이들이 가사도우미 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비전문직 취업 비자(E-9)에 가사도우미를 추가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논의 중이다. 이른바 ‘동남아 이모님’을 허용해 육아 및 가사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100명 규모 소규모로 시범사업을 시작해 장단점을 확인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토론회에선 찬반 의견이 모두 나왔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훨씬 컸다. 어느 정도는 예상된 일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소극적인 데 비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목소리가 크다. 가사도우미를 쓸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현 정부안대로) 한국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너무 부담이 크다”고 한다. 반면 쓸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결국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임금 상승을 억제할 것을 우려한다. 다른 반대 이유도 많다. 여성 노동의 소외,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 절하, 언어와 문화가 다른 양육자에 대한 교육적인 우려 등이다.
잡음이 많은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왜 이 분야에 외국인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가에 관해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 대다수는 우리 사회에 돌봄노동 인력이 많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사도우미부터 시작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가사도우미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면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저출산 문제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반론에서 논의가 막힌다. 또 저출산이 심화할수록 육아 보조자 수요는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정부가 이 문제를 다루는 단추의 순서를 잘못 끼운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 돌봄노동을 위해 우리가 외국인 노동력을 더 받아야 한다면 가장 시급한 분야는 육아가 아니라 노년층 간병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고령 인력을 담당할 의료진과 재정도 필요하지만, 간병할 사람이 필수적이다. 노년이 길어지는 만큼 간병 기간도 길어진다. 가파른 출산율 하락의 결과 각 가정엔 윗세대를 돌볼 수 있는 젊은 층이 많지 않다. 자녀 세대에선 형제자매가 없거나 있어도 1~2명이다. 이 중 누군가는 돌봄을 담당해야 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부모 등 가족의 간병을 위해 휴직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육아와 달리 간병은 기한이 없다. 간병 살인도 종종 일어난다.한국에서도 연로한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이 흔해진 풍경은 간병할 사람이 없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쓰면 하루 15만원 안팎, 한 달에 400만~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일이 워낙 힘드니 그만두는 사람이 많고 서비스 질도 기대하기 어렵다. 인력공급을 더 늘리고 재정 보조를 추가해야 고령화 사회를 지탱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를 많은 영역에서 받아들였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깻잎 등 채소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가 키워낸다. 한국 조선업은 일선에서 용접하는 외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요즈음 이삿짐센터 직원 중엔 얼굴은 우리와 똑같은데 언어만 다른 몽골 출신 노동자가 적지 않다.

한 가지 착각이 있다. 우리가 문만 열면 달려올 외국인 노동자가 많을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상당하다. 지금은 그래 보여도 곧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는 한국이 가장 심하지만,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사람 많은 중국에서도 인력 부족에 대비하는 판이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전 세계적인 노동력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은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면 출산율이 오르느냐는 소모적인 논쟁에 묶여 있을 때가 아니다. 시간문제일 뿐, 우리는 결국 일본처럼 돌봄노동의 영역을 포함한 곳곳에 외국인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논의의 초점을 돌봄노동 전체로 넓히고 적정한 임금체계와 처우, 이들이 한국 사회에 잘 통합될 수 있도록 돕는 체계를 갖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