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폭증…"학원비가 저출산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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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선 한국 교육대한민국 사교육 개혁은 그동안 백약이 무효했다. 사교육의 정점인 대학입시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정책도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사교육의 영향력은 교육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저출산, 노후 빈곤 등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의 ‘카르텔’ 발언은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바꾸지 않으면 사교육, 나아가 국가적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진단에서 교육부에 변화를 요구했다는 분석이다.
(1) 대한민국 사교육 카르텔을 깨자
종합반 없고 과목별로 세분화
정규·심화·문제풀이반으로 나눠
40만원 아닌 120만원 쓰는 구조
"유치원부터 학원, 두명은 못낳아"
○갈수록 빨라지는 사교육
16일 윤 대통령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교육당국이 학생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심지어 “국민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당국과 사교육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어려운 수능을 통해 일부 학원이 이익을 보고 있고, 교육부는 이를 방조한다는 지적이다.교육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대통령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수능은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하고, 학교에서 교육받으면 충분히 대비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르면 다음주 사교육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유치원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대통령이 나설 만큼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전국 초·중·고교 약 3000곳에 재학 중인 학생 7만4000명가량을 대상으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공동 실시한 결과,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이었다.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다. 1년 사이 학생은 532만 명에서 528만 명으로 0.9% 줄었는데도 총액은 2021년(23조4000억원) 대비 10.8% 늘었다.한 자녀 가정의 증가는 사교육의 진화를 낳았다. 과거에는 한 아이가 한 종류의 학원에 다녔지만 이젠 동일 과목을 두고 여러 단계 사교육 학습과정을 거친다. 수학만 해도 정규반 심화반 문제풀이반 등으로 난도를 나눠서 세 배의 교육비를 쓰게 하는 식이다.사교육 시작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초등학생 딸과 여섯 살 아들을 키우는 40대 직장인 B씨는 아이들 교육비로 한 달에 400만원을 쓴다. 딸은 사립초교(100만원)와 영어(25만원)·수학(25만원) 학원에 다닌다. 둘째는 영어유치원비(150만원)와 도우미 비용(100만원)이 들어간다. 맞벌이 부부 중 한 사람 월급이 고스란히 아이들 교육비에 투입되는 상황이다.
그는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고 했다. B씨는 “중학교까지 수능 준비를 끝내야 고교에서 스펙을 쌓아 대입 수시전형에 도전할 수 있다고 한다”며 “교육비는 늘어만 갈 텐데 10년 넘게 지금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갑갑하다”고 하소연했다.
○“국가 소멸 부채질하는 사교육산업”
탈출구 없는 사교육 경쟁은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직장인 C씨는 “하나를 키워 보니 둘째는 못 낳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저출산은 경제적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결과물”이라고 했다.사교육 방치는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사교육비 부담이 국가경쟁력 저하를 넘어 국가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저출산으로 소멸 위기 국가에 진입하는 상황을 부채질하는 게 사교육”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자녀 교육비 지출로 빈곤하게 사는 ‘에듀푸어’가 ‘실버푸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자녀 1인당 사교육비 예상액은 7142만원(2021년 기준)에 달한다. 대학 학자금과 초교 입학 전 들어가는 양육비는 포함하지 않고, 전국 평균 사교육비를 기초로 계산한 수치다. 서울이나 대도시 학부모는 이보다 최소 200만원 이상 더 부담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은영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노후를 대비해야 할 40·50대가 가장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강영연/이혜인/허세민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