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철새, 영국에 둥지 틀었다…"기록적인 무더위 탓"

아프리카에서 주로 서식하던 철새 '유럽벌잡이새'가 2년 연속 영국에 자리를 잡았다. /사진=연합뉴스

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하던 철새가 2년 연속 영국에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북반구의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왕립조류보호협회(RSPB)를 인용해 최근 '유럽벌잡이새(European Bee-eater)' 여덟 마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퍽주 크로머의 한 채석장에 둥지를 틀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 철새인 유럽벌잡이새가 영국에서 2년 연속으로 같은 장소에서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벌잡이새는 화려한 색의 아름다운 깃털이 특징이다. 꿀벌 등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고, 겨울에는 남아프리카에서 지내다 여름이 되면 북아프리카 등 지중해 남부 일대로 이동해 번식한다.

유럽벌잡이새는 이전에도 6차례에 걸쳐 영국에서 관찰된 적이 있지만, 이는 통상적인 이동 경로에서 벗어난 경우였고, 같은 장소에 두 번 연속 둥지를 튼 적은 그동안 없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올해 북반구에 일찍부터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는 등 기온이 상승하면서 유럽벌잡이새가 주 서식지보다 훨씬 북쪽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RSPB의 조사 책임자인 마크 토머스는 "이번에 관찰된 개체가 작년에 같은 장소에서 번식한 것과 동일한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맞다면 유럽벌잡이새가 영국에서 제대로 서식하기 시작해 매년 여름마다 찾아오게 되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벌잡이새가 돌아온 것은 지구가 과열되면서 야기되는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