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골프, 일본서 고전…속사정은?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나선 사토 다이헤이 / KPGA 제공
지난 15일 일본에서 처음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가 공동주관하는 대회다. 출전 선수가 한국·일본 국적 선수가 대부분이어서 사실상의 '한일전' 성격을 띈다.

이런 대회에서 한국 골프가 일본에 무너졌다. 2라운드에서 총 76명의 한국 국적 선수 중 25명만이 컷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국적 선수는 55명 중 38명이 살아 남았다. 한국의 컷 통과 비율은 32.9%, 일본은 69%로 한국의 완패였다.상위권 성적도 극명하게 갈렸다. 한국은 3위에 오른 양지호(34) 한 명 뿐이었다. 일본은 단독 선두 사토 다이헤이를 비롯해 9명을 '톱10'에 올려놨다. 그러자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 사이에선 "한국과 일본 골프의 저변 차이가 이번 대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국 선수들의 부진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남자 골프 세계랭킹 50위 내에 일본은 1명인데, 한국 선수는 4명이나 있다"며 "한국과 일본 남자 골프 실력을 수치로 비교하기 어렵지만, 그나마 객관적인 지표인 세계랭킹만 봐도 한국이 일본에 절대 뒤진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선수들을 비롯한 선수 관계자들은 '사전 정보 부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선수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주최 측의 의무는 아니지만,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주로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 지역에서 열리는 일본 골프 대회 특성을 잘 알고 있던 일본 선수들과 달리, 갑자기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게 된 한국 선수들은 자국 기업이 여는 대회임에도 이에 대비할만한 사전 정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A 선수는 "골프장 및 숙소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편의점에서 끼니를 떼웠다"며 "컨디션 조절을 위해 중요한 식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했다. B 선수는 "시내까지 1시간~1시간 30분이 걸리는 곳에 대회를 여니 주변에 아무런 식당 등 편의시설이 없다"며 "일본 투어에서 뛰었던 선배의 차를 얻어 타고 외곽으로 나가서 다행히 끼니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간판을 읽지 못해 식당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는 선수도 있었다.

이에 대해 주최 측 관계자는 "조식과 중식 등 하루 두 끼는 클럽하우스에서 주최 측과 골프장이 제공했다. 저녁은 선수들의 요청을 적극 반영하여 숙소 인근 식당까지 셔틀 지원과 배달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