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차기 그후](하) 반성없는 가해자…보복 두려움에 떠는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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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제도 바뀌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 생길 것" 보완책 요구
피의자 신상공개 문제도 또다른 범죄 예방에 초점 맞춰 기준 고쳐야 [※ 편집자 주 = 부산 중심가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폭행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1년 만에 나왔습니다. 이 사건은 범죄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항소심 판결에 이른 경과와 의미, 신상 공개 논란과 제도적 개선책 등을 두 차례에 나눠 살펴봅니다.
] "가족들도 이 사건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도 이젠 집에 갈 때 수시로 뒤를 돌아보시고, 무서우신지 가끔 전화도 하십니다.
"
부산 중심가인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A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7일 이렇게 말했다. A씨는 "가해자는 보복 범죄를 뚜렷하게 계획하고, 이를 구치소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며 "저를 비롯해 남은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피고인 B씨에 대해 강간살인미수 등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과 비교해 형량이 8년가량 늘어난 데다 강력 범죄에 대한 대중들의 주목도도 많이 증가했지만, A씨는 우리 사회 제도와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언제 찾아올지 몰라" 보복 범죄에 떠는 피해자
강력 범죄를 겪은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앙심을 품고 출소한 가해자로부터 또다시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경찰청 범죄통계 따르면 보복 범죄는 2017년 253건, 2018년 267건, 2019년 292건, 2020년 293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범죄 피해자는 자신의 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하지만 A씨는 폭행 당시 정신을 잃은 데다가 수사나 형사재판 과정에서도 폐쇄회로(CC)TV, 포렌식 결과 등을 제공받지 못해 사건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했다.
문제는 민사소송의 경우 피해자 정보가 보호되는 형사소송과 달리 당사자끼리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어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 등 신상 정보를 고스란히 알게 된다는 점이다.
A씨는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기관, 법원 등에 수사 기록 열람을 요청했지만, 어디에서도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결국 민사소송으로 수사 관련 기록을 파악했는데, 이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저의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사건 관련 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기록을 열람시켜주지 않는 것은 결국 보복 범죄를 방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자신의 주소지가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것이다.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는 사유에 따라 변경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주소는 금전·물리적인 문제 등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피해자가 민사나 형사소송에서 자신의 정보를 적을 때, 제3자의 주소를 자기 주소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범죄 가해자가 형기를 마치고 출소 후 피해자를 찾아간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성범죄자의 경우 전자발찌 착용이나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보복 범죄 예방에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A씨는 "가해자의 출소 이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일정 반경에 들어오면 알림이 울릴 수 있도록 하는 양방향 스마트워치가 필요하다"며 "지금의 스마트워치는 신고 버튼 기능만을 가지고 있어 예방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 여론 따라 엇갈리는 피의자 신상공개
또 강력범죄나 성범죄 가해자 신상공개 문제도 보완이 시급하는 지적이 많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신상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적으로는 이미 공개된 상태다.
경찰과 검찰 수사단계에서 피고인 B씨는 성범죄를 적용받지 않아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성범죄 혐의가 적용되고, 피해자에 대한 보복 협박 등 상황이 달라지자 신상공개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으나 현행 제도에서는 공개가 불가능했다.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급기야 한 유튜버가 지난 2일 직접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했고, 서울의 한 구의원도 신상공개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항소심 선고가 나오면서 B씨에 대해 징역 20년형과 10년간 정보통신망 신상 공개 명령이 내려졌지만, 이 역시도 출소 이후에나 가능해 실질적인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
이와는 반대로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사적 제재 등을 이유로 무분별한 신상공개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특정강력범죄나 성범죄 피의자의 경우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공익상 필요가 있으면 얼굴, 이름,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
. 피해자 A씨는 이러한 현행법 속 추상적인 신상 공개 기준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A씨는 "언론에서 사건 초기에 이목을 집중해야만 심의위원회가 열릴까 말까 하다"며 "심의위원회 내용도 비공개며, 공개 기준 역시 범행이 잔인했는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했는지 등 추상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면 또다시 이 문제는 논란이 될 것"이라며 "특수 강력범죄 수사 시 작성하는 프로파일링 면담 보고서를 토대로 재범 위험성 평가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자동으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도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신상공개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의자 신상공개 문제도 또다른 범죄 예방에 초점 맞춰 기준 고쳐야 [※ 편집자 주 = 부산 중심가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폭행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1년 만에 나왔습니다. 이 사건은 범죄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항소심 판결에 이른 경과와 의미, 신상 공개 논란과 제도적 개선책 등을 두 차례에 나눠 살펴봅니다.
] "가족들도 이 사건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도 이젠 집에 갈 때 수시로 뒤를 돌아보시고, 무서우신지 가끔 전화도 하십니다.
"
부산 중심가인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A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7일 이렇게 말했다. A씨는 "가해자는 보복 범죄를 뚜렷하게 계획하고, 이를 구치소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며 "저를 비롯해 남은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피고인 B씨에 대해 강간살인미수 등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과 비교해 형량이 8년가량 늘어난 데다 강력 범죄에 대한 대중들의 주목도도 많이 증가했지만, A씨는 우리 사회 제도와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언제 찾아올지 몰라" 보복 범죄에 떠는 피해자
강력 범죄를 겪은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앙심을 품고 출소한 가해자로부터 또다시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경찰청 범죄통계 따르면 보복 범죄는 2017년 253건, 2018년 267건, 2019년 292건, 2020년 293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범죄 피해자는 자신의 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하지만 A씨는 폭행 당시 정신을 잃은 데다가 수사나 형사재판 과정에서도 폐쇄회로(CC)TV, 포렌식 결과 등을 제공받지 못해 사건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했다.
문제는 민사소송의 경우 피해자 정보가 보호되는 형사소송과 달리 당사자끼리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어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 등 신상 정보를 고스란히 알게 된다는 점이다.
A씨는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기관, 법원 등에 수사 기록 열람을 요청했지만, 어디에서도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결국 민사소송으로 수사 관련 기록을 파악했는데, 이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저의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사건 관련 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기록을 열람시켜주지 않는 것은 결국 보복 범죄를 방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자신의 주소지가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것이다.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는 사유에 따라 변경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주소는 금전·물리적인 문제 등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피해자가 민사나 형사소송에서 자신의 정보를 적을 때, 제3자의 주소를 자기 주소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범죄 가해자가 형기를 마치고 출소 후 피해자를 찾아간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성범죄자의 경우 전자발찌 착용이나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보복 범죄 예방에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A씨는 "가해자의 출소 이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일정 반경에 들어오면 알림이 울릴 수 있도록 하는 양방향 스마트워치가 필요하다"며 "지금의 스마트워치는 신고 버튼 기능만을 가지고 있어 예방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 여론 따라 엇갈리는 피의자 신상공개
또 강력범죄나 성범죄 가해자 신상공개 문제도 보완이 시급하는 지적이 많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신상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적으로는 이미 공개된 상태다.
경찰과 검찰 수사단계에서 피고인 B씨는 성범죄를 적용받지 않아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성범죄 혐의가 적용되고, 피해자에 대한 보복 협박 등 상황이 달라지자 신상공개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으나 현행 제도에서는 공개가 불가능했다.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급기야 한 유튜버가 지난 2일 직접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했고, 서울의 한 구의원도 신상공개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항소심 선고가 나오면서 B씨에 대해 징역 20년형과 10년간 정보통신망 신상 공개 명령이 내려졌지만, 이 역시도 출소 이후에나 가능해 실질적인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
이와는 반대로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사적 제재 등을 이유로 무분별한 신상공개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특정강력범죄나 성범죄 피의자의 경우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공익상 필요가 있으면 얼굴, 이름,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
. 피해자 A씨는 이러한 현행법 속 추상적인 신상 공개 기준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A씨는 "언론에서 사건 초기에 이목을 집중해야만 심의위원회가 열릴까 말까 하다"며 "심의위원회 내용도 비공개며, 공개 기준 역시 범행이 잔인했는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했는지 등 추상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면 또다시 이 문제는 논란이 될 것"이라며 "특수 강력범죄 수사 시 작성하는 프로파일링 면담 보고서를 토대로 재범 위험성 평가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자동으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도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신상공개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