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티비 폐쇄' 두 달 만에 다시 활개…수법 더 교묘해졌다 [정지은의 산업노트]

‘누누티비’ 모방 불법 사이트 잇따라
독점 OTT 등 무료로 풀고
불법도박 광고로 수익 챙겨
정부, 강경 대응방안 고심
최근 운영을 시작한 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시즌2' 메인 화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문을 닫은 지 두 달여 만에 유사 불법 사이트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정부가 사이트를 차단해도 즉시 도메인을 변경해 텔레그램으로 전파하는 등 수법이 더 교묘해졌다. 수사당국의 불법 스트리밍 단속에도 비상이 걸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누누티비를 표방한 ‘누누티비 시즌2’, ‘티비위키’ 등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개설됐다. 영화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등 온갖 동영상 콘텐츠를 무료 제공하는 형태다. 누누티비 시즌2는 TV 드라마 ‘닥터 차정숙’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는 물론이고 독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만 볼 수 있는 ‘사냥개들(넷플릭스)’, ‘행복배틀(티빙)’, ‘청담국제고등학교(넷플릭스·웨이브)’도 있다.티비위키도 최근 쿠팡플레이가 한정기간 무료로 공개한 영화 ‘존윅4’를 비롯, 올해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을 스트리밍 중이다. 대부분 콘텐츠 공개 또는 방영 후 이르면 두세 시간, 늦어도 24시간 내 불법 스트리밍으로 풀고 있다.

OTT 업계는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그동안 누누티비 등 불법 스트리밍으로 인한 저작권 피해가 막대한데,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봐서다. 특히 누누티비 시즌2가 기존 누누티비 모방 사이트라는 점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불법 스트리밍을 해도 적발하거나 처벌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유사 사이트가 횡행하는 것이라는 우려다.

누누티비 시즌2 운영진은 “시즌2는 에티오피아에 설립한 무료 OTT 서비스로 기존 누누티비와는 관계가 없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운영 방식은 비슷하다. 국내외 유료 콘텐츠를 불법 스트리밍하고, 홈페이지에 불법 도박사이트 광고를 노출하며 이익을 얻고 있다.누누티비 시즌2, 티비위키 모두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주소(URL)를 차단해도 도메인 변경 등의 수법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OTT 업계에선 관련 불법 스트리밍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유사 사이트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3월 누누티비 수사에 착수했지만, 운영진의 신원과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콘텐츠 불법 유통 근절 종합 대책을 준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운영하고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에 따르면 2021~2022년 누누티비의 불법 스트리밍으로 인한 저작권 피해 규모는 4조9000억원을 넘는다. 온라인동영상(VOD) 단가를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어서 부가 판권, 해외 유통 수익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