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찬의 관절건강 이야기] 관절염, 남성도 안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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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면 독자 의견·투고 받습니다70대 후반의 남성 환자가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정밀 검사를 해보니 무릎 관절이 다 닳아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환자에게 그렇게 말하니 화들짝 놀라며 묻는다. “아니, 원장님. 무릎 관절염은 여자들이 잘 걸리는 병 아닌가요? 무릎 인공관절 수술했다는 남자는 별로 못 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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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말대로 관절염은 ‘여성의 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물론 통풍성 관절염은 남성들이 잘 걸리고, 고관절염은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지만 그 외 관절염은 여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남성들이 상대적으로 관절염에 덜 걸리는 이유는 여성보다 근육이나 뼈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또 여성들은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뼈와 근육을 만드는 여성 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든다. 남성 호르몬도 근육과 연골을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데, 남성들은 여성과 달리 서서히 줄기 때문에 급격하게 뼈와 근육이 약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관절염에 덜 걸린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자체 관절의학연구소에서 2007년과 2021년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각각 1000명을 비교했는데, 그 결과 14년 전과 지금은 환자 성별, 나이, 수술 트렌드가 많이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남성 환자 증가다. 2007년에는 6.4%에 불과하던 남성 환자 비율이 2021년엔 14.6%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남성 관절염 환자의 급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성의 뼈, 관절, 근육이 여성보다 튼튼하긴 해도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가는 스포츠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거친 운동을 하다가 십자인대파열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은데,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운동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남성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짐을 들거나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가는 일을 하는 경향이 있다. 계속 관절에 무리가 가는 동작을 반복하면 나이가 들면서 관절이 버티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관절염은 더 이상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성들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관절이 나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럼에도 관절이 나빠지면 적극적으로 치료할 것을 권한다. 관절염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서 관리하면 최대한 오래 자기 관절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요즘에는 로봇수술처럼 수술 정확도는 높이면서 출혈을 줄여주는 비교적 안전한 수술법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은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다. 관절이 건강할 때부터 망가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