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故 코맥 매카시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서부극을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지난 13일 세상을 떠난 미국 소설가 코맥 매카시(1933~2023)에 대한 평가다. 그는 미국 동부에서 태어났지만 성인이 된 뒤 서부에 매료되고 말았다. 서부의 광활하지만 삭막한 자연은 아름다움과 경외감, 공포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모험과 정착, 폭력의 역사가 깃든 곳이었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는 작가인 그에게 서부만큼 좋은 배경은 없었다.1985년 펴낸 <핏빛 자오선>이 대표적이다. 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년이 폭력으로 점철된 세계에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1992년 국경 3부작의 첫 번째 책인 <모두 다 예쁜 말들>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물론 미국도서상을 받으며 상업적·비평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로 제작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더 로드>도 유명하다. 잔인하고 폭력적이란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그가 보기엔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유혈이 없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며 “모두가 조화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