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가장 큰 문제인 줄 알았는데"…MZ 위협하는 '이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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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위협하는 대장암
"식습관이 가장 큰 문제"
G20, MZ세대 암 발병률 30년간 70% 증가
포화지방·과당 섭취량 증가한 탓
장 내 미생물 체계 약화하며 암 발병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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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워싱턴대 건강평가연구소가 암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990년부터 주요 20개국(G20)의 25~29세 암 발병률은 다른 연령대보다 가장 빠르게 증가하며 2019년에 22%를 기록했다. 20~24세 암 발병률도 30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75세 이상 노령층의 경우 2005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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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환자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젊은 층의 사망률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올해 대장암 환자 중 13%와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7%가 50세 미만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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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시니크로프 종양학자는 "196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대장암 발병률이 이전보다 현격히 큰 폭으로 늘었다"며 "식습관과 생활양식이 달라지면서 소아비만이 늘어난 게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변화가 암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질병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억제하고, 소화 체계와 면역 체계 전반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포화지방과 과당 함유량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마이크로바이옴에 악영향을 끼친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약화하면서 젊은 층의 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20~30대 암 환자 대부분이 식도, 위, 췌장, 대장 등에서 암세포가 증식했다. 대부분이 마이크로바이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소화기관이다.오기노 박사는 "비만 치료제가 대중화하면서 약물과 항생제가 남용되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이 지속하면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떻게 변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만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선진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선 암 발병률이 이제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1990~2019년 브라질, 러시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발도상국의 15~39세 암 발병률은 53% 증가하며 G20 국가(19%)를 크게 웃돌았다.
젊은 층의 암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세계 경제도 위태롭다는 분석이다. 하이델베르크 글로벌 보건 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부터 30년간 암 치료 비용은 252조달러(32경 29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플레이션 요인을 제거한 실질 금액으로 추정했다. 매년 세계 GDP의 0.5%를 30년간 투입해야 충당할 수 있다.
베이징 셰허 의학원의 시마오 첸 교수는 "암으로 인해 노동가능인구인 젊은층이 이탈하면서 세계 경제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며 "암 치료자들은 이전처럼 생활하기 어렵다. 노동의 양과 질 모두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젊은 층은 다른 연령층과 달리 암 세포 증식속도가 빨라서다. 정기 진단과 적시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암 치료제 임상 시험은 주로 60세 이상 환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암 진단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미국예방서비스 태스크포스(TF)는 "유방암, 대장암 검진 연령을 국가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며 "젊은 층에 발병되는 암이 더 공격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서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