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주에게 미안하다" …라이온켐텍 회장님 결국 일냈다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라이온켐텍 1 대 1 무상증자 단행
자사주 소각 이어 두 번째 주주환원책

박희원 회장 “본업 경쟁력도 강화
베트남 합작법인 설립해 수출 확대
연내 서울 사무소 세워 공격 영업”
Getty Images Bank.
10년간 지지부진한 주가에 대해 주주들에게 그렇게 미안하다고 하시더니 결국 두 번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30일 라이온켐텍이 장 마감 후 무상증자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1 대 1 비율이다. 이렇게 되면 총 주식 수가 1795만880주에서 3590만1760주로 불어난다. 최대주주인 박희원 회장은 현재 지분 51.85%를 갖고 있고, 친인척 포함 지분은 71.34%다. 소액주주의 유통 물량은 30%가 안되는데 무상증자로 주식 수가 늘어 거래량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7월20일이다.
박희원 라이온켐텍 회장이 인조대리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대전=윤현주 기자

자사주 일괄 소각 이어 무상증자 … 주주환원책 약속 지켰다


지난 2일 라이온켐텍은 자사주 4.99%(94만2696주)를 일괄 소각한다고 발표했는데, 벌써 두 번째 주주환원책이다. 박희원 라이온켐텍 회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에서 자사주 일괄 소각과 무상증자 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기간 7150원(5월26일)을 기록했던 주가는 30일 1만1950원까지 치솟았다. 한 달여 만에 67.13% 뛰었다.

라이온켐텍은 합성왁스 국내 1위(세계 4위), 인조대리석 국내 3위(세계 4위)의 대전 강소기업이다. 75세인 박희원 회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통 주식 수를 늘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사업계획은 어떻게 될까. 박 회장은 “인조대리석 신제품 개발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며 “카라라 CR+와 테라조 양산 체제를 갖추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선 설비 확대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또 “베트남에 합작 법인을 세워 해외 수출 물량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난 인터뷰에서 “중산층이 늘고 있는 베트남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는데 실행으로 옮긴 것이다. 라이온켐텍은 15년간 흑자 경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520억원과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했는데, 회사 내부적으로 올해 매출액 1700억원과 영업이익 170억원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온켐텍 1공장 직원이 수출 예정인 인조대리석 제품들을 지게차로 실어나르고 있다. /대전=윤현주 기자

전기차 배터리 플라스틱 복합소재 개발 중 … “미래 위한 투자 중요”


지역민들에게 라이온켐텍은 우량 회사로 통한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을 250억원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비율은 20%대에 그친다. 부동산 가치는 시장에서 1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대전 본사와 1공장 1만 평, 대전 평촌동 2공장 4500평, 오창 3공장 3000평, 세종 1만2000평 공장 부지를 포함해서다. 제2 도약을 위해 신사업도 준비 중이다. 라이온켐텍은 정부에서 42억원의 연구지원비를 받아 전기차 배터리 플라스틱 복합소재를 개발 중이다. ‘50년 최고경영자’인 박 회장은 “미래를 위한 투자만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매년 매출의 5%를 연구개발비(R&D)로 쓰고 있다. 사업의 결이 비슷한 화학·2차전지 소재 비상장사 M&A(인수합병)도 계속 노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 과열로 몸값을 너무 높게 부르는 회사가 많아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7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나 젊었을 적 고생을 많이 했기에 무리한 인수는 지양한다는 게 원칙이다.
라이온켐텍 임원실에서 직원들이 단체나 협회에서 받은 상들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윤현주 기자
박 회장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합성왁스나 인조대리석 분야는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이 벌여지고 있는 시장이라, 중소기업이 생존하기 쉽지 않지만 기술력 강화에 꾸준히 투자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소재와 건축 시장이 커지면 우리도 수혜를 입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연내 서울 사무소를 세워 인조대리석 공격 영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라이온켐텍의 인조대리석은 러시아·유럽·미국·동남아에서 수요가 많은데,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재건 수요도 기대된다. 박 회장은 “현지 업체들이 폴란드에 회사를 세워 러시아로 제품을 가져갈 정도로 인기다”고 설명했다. 회사 매출의 70%는 인조대리석, 합성왁스 수출에서 발생한다.
라이온켐텍 주가 그래프
‘50년 최고경영자’로서 고민은 없을까. 박 회장은 “자녀로 2남 1녀가 있지만 경영에 뜻이 없다”며 “약 24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회사를 이끌고 있기에, 매일 산업 동향과 기술력 강화를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건설업황이 중요한데, 국내의 경우 공공건축을 제외한 전 부문의 수주가 두 자릿수 감소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라이온켐텍은 동종업계 대비 영업이익률이 높은 건 긍정적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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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