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심각한 정세 인식…'핵무기·반미국가 연대' 돌파구 삼아

"군사기술적으로, 정치외교적으로 예민하고 기민하게 대응"
북한이 16∼18일 개최한 노동당 제8기 제8차 전원회의를 통해 복잡하고 꼬일 대로 꼬인 정세 인식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북한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한미간 안보협력이 강화하고 확장억제가 심화하는 현재 상황을 "무모한 광기를 부리는 미제와 남조선 괴뢰도당의 군사적 모험 책동과 반동 공세"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인내와 경고를 무시한 적대 세력들의 무분별한 전쟁 도발 책동으로 하여 조선반도의 안전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히 분석평가"했다고 밝혔다.

군사적 압박이 한미동맹 차원을 넘어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강화하는 상황에 대한 북한의 압박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미는 동맹 70주년을 맞아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관한 가운데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실시했고 미국 해군의 핵 추진 순항미사일 잠수함(SSGN) '미시건함'이 16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지난 4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선언을 채택하고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할 것'이라고 합의하면서 한미간 군사협력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한미는 일본까지 더해 한미일이 함께하는 군사적 협력 움직임을 강화하고 훈련도 늘려나가고 있다. 이러한 압박감 고조 속에서 "군사기술적으로, 정치외교적으로 예민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절박성이 (전원회의에서) 언급됐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군사기술적 대응은 역시 핵무기를 양적·질적으로 늘려나가겠다는 다짐이 우선으로 거론됐다.

회의에선 "당중앙이 제시한 핵무기 발전 방향과 핵 력량 증강 로선을 일관하게 틀어쥐고 강위력한 핵무기 증산 실적"이 강조됐다. 이어 "군사적 긴장 격화 책동에 대항하여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철저히 견지하며 항상 압도적이고 공세적인 대응 조치를 지체 없이 강력히 결행해야 한다"며 구체적 방안이 승인됐다고 북한 매체는 소개했다.

구체적 방안이 무엇인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미 또는 한미일 군사훈련에 맞서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등을 지속해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대응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단순한 논리에 따른 외교 노선인 셈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격돌하는 국제 군사정치 정세에 대처하여 미국의 강도적인 세계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련대를 가일층 강화하는 것을 비롯하여 대외활동을 철저히 국권수호, 국익사수의 원칙에서 자주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벌려나가기 위한 중대과업들을 제기하였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축전을 주고받으며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잇달아 약속하고 있다.

중국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치·군사·경제적으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미·러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 코로나19의 엔데믹이 속속 가시화하는 가운데 북한은 중국과 무역 규모를 늘리고 있으며, 러시아로부터는 정제유 수입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한미일 협력과 중러 협력의 최전선이 만들어지는 한반도에서 중러와 외교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신냉전 구도의 반사이익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