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인자 리창은 독일·프랑스로…블링컨 방중과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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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존도 높은 유럽 국가 선별 순방
중국의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유럽 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프랑스다. 미국 외교 수장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과 시기가 교차하면서 중국의 대외 전략이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리 총리가 18일 오후 베이징을 떠나 현지시간 18일 저녁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고 19일 보도했다. 그는 총 5일의 독일·프랑스 방문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유럽 간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이 중립을 유지하도록 해야 하며, 과학기술과 경제, 무역 등 분야에서 유럽 국가들과 더 많이 협력에 미국의 압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지난 14일 내놓은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디커플링(주요 공급망 배제)'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관리)'의 대상으로 정의했다. 또 중국은 경쟁자이자 전 세계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파트너로 규정했다. 독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화학 등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과의 결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독일 지도부의 판단이다.
리 총리는 독일에서 제7차 중독 정부 협의에 참석한다. 리차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연구원은 "중국과 독일은 경제와 안보, 기후 변화, 우크라이나와 중동을 포함한 지정학적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이어 프랑스 파리에서 22~23일 열리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 협정(NGFP)'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NGFP는 기존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 규칙에 대응하는 새로운 금융 질서를 수립한다는 목표로 프랑스가 주도해 설립한 기구다. 리 총리가 이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은 프랑스의 독자 노선과 다극화 시도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11월 시진핑 3기 집행부 출범 이후 유럽 국가 수장으로서 처음 중국을 방문했다. 숄츠 총리는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기독민주당)와 소속은 다르지만, 중국에서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균형 외교'를 이어간다는 방침은 비슷하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는 환대를 받았다. 중국은 프랑스에 200억달러 규모의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 등 51건 계약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유럽은 대만 문제에서 미국이나 중국의 길을 따르지 않고 독립적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하면서 중국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입장도 나뉘고 있다. 과거 구소련 영향권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은 반러·반중 기조가 강해지는 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큰 서유럽 국가들은 실리를 취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