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가상자산 회계…위메이드·두나무는 어떻게 처리할까 [긱스]

가상자산, 어떻게 공시하는 것이 옳을까요? 점차 기준이 정립되고 있지만, 현장의 혼선은 가득합니다. 신정호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현재까지 국내에서 정립된 가상자산 회계처리 기준을 살피고, 상장사 및 거래소 운영사 등은 어떤 형태로 공시를 진행하고 있는지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지난 1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향후 가상자산 발행·보유와 관련한 회계상 주석공시 의무를 신설하고, 모니터링 툴도 개발하겠다”라고 밝혔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여러 사고가 배경이 됐다. 건전한 시장조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 리스크 관리에 대한 역량 제고도 필요한 상황임이 나타났다.금융감독원의 움직임은 가상자산의 파급효과가 글로벌 경제와 시장 참여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시장 성장이 급격했단 것의 방증이다. 하지만 이를 반영해야 할 회계기준은 여전히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기업과 정보이용자들에게 실무적인 어려움은 계속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상자산 공시, 보유·매각은 정의…발행은 불분명

현재 국내 상장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기준이나 별도의 기준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그동안 가상자산의 발행(개발)부터 보유(취득)·매각(처분)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거래 과정을 회계처리함에 있어 어떤 기준서를 적용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했다. 관련 기준서가 없는 것으로 보아 각 기업들 스스로 적절한 회계정책을 개발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도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9년 6월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에서 가상자산 보유 시 IFRS 적용에 대한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는 가상자산이 갖는 특성에 근거해,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목적에 따라 재고자산 또는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하도록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결론은 가상자산의 ‘보유’에 관해서는 현행 IFRS 상 기준서를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 내용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준서를 제정할 부담,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 적용 가능한 기준서가 없어 기업 스스로 회계정책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낸 셈이다.

이에 발맞춰 한국회계기준원 또한 지난 2019년 12월 관련 질의회신을 통해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와 동일한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기준서 제·개정을 통한 보완이 여전히 필요한 실정이다. 가상자산은 일반적으로 공정가치의 변동이 크고, 특히 활성화된 시장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가치 변동 효과를 재무제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재고자산 기준서 상 취득원가 이상의 가치 상승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략 2년 뒤인 2021년 10월 한국회계기준원은 가상자산의 ‘매각’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질의회신을 발표한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매각에 대한 회계처리의 방향도 일정 부분 정립되는 듯 했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투자자들이 기준서 제1115호에 따른 ‘고객’의 정의를 충족하는지, 투자자들과의 계약과 백서상 의무가 기준서 제1115호에 따른 ‘수행의무’에 해당하는지 등은 사실과 상황을 고려하여 각 기업이 판단할 사항이기 때문에 다소 모호한 쟁점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회계기준원은 해당 질의회신 상 ‘블록체인 플랫폼을 론칭함에 따라 발행(개발)자가 갖게 되는 가상자산이 재무제표상 자산의 정의 및 인식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가상자산의 ‘발행’에 대한 회계처리는 여전히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회계기준원의 발표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가상자산의 자산화 여부에 대해서는 엄격한 무형자산의 자산화 요건으로 인해 해당 기업들이 보수적인 관점에서 전액 비용처리하고 있는 상황도 확인됐다. 이 또한 가상자산이 통상의 무형자산과는 다른 점을 감안하여 가상자산의 특성에 맞게 자산화 요건을 달리 정하는 기준서 제·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위메이드 공시, ‘상품권 판매하듯’ 처리

국내 기업들은 실제로 가상자산 회계처리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 우선 위메이드는 주요 종속회사와 함께 PC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의 개발·유통·판매를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시가총액 약 1조 5597억 원 규모의 코스닥시장 상장사다. ‘미르의 전설’ 시리즈가 대표적인 게임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2020년 11월 출시한 ‘미르 4’의 흥행에 힘입어 이듬해인 2021년 8월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미르 4 글로벌’을 전 세계 170여 개국에 출시했다.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영위하게 된 시기다.
위메이드가 미르 4 글로벌의 블록체인 생태계에 활용한 가상자산은 ‘위믹스’다. 위믹스는 위메이드의 해외(싱가포르) 자회사인 Wemix Pte. Ltd.가 발행한 코인으로, 위메이드는 자회사로부터 위믹스를 현물배당받거나 민팅보상 등을 통해 위믹스를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는 ‘보유(취득)자’에 해당한다.

위믹스의 발행(개발)자에 해당하는 Wemix Pte. Ltd.가 내국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Wemix Pte. Ltd.가 가상자산의 발행 시에 적용한 회계처리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위메이드의 연결재무제표상 주석 내용을 통해 ‘무형자산의 자산화 요건 미충족으로 전액 비용처리’하였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는 있다.
위메이드 2021 사업연도 연결재무제표 주석.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발췌.
보유(취득)자에 해당하는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비롯해 보유 중인 디지털 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후속 측정은 원가모형을 적용하여 매 보고 기간마다 손상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위믹스를 고객에게 매각(처분)할 경우, 계약부채로 인식한 후 실제 서비스(수행의무)를 제공하였을 때 ‘수익을 인식(상품권 판매 회계처리와 유사)’한다.

두나무는 어떨까? 두나무는 국내 1호 가상자산 사업자로서 국내 최대 디지털 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운영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한다. 앞서 살펴본 기업과는 사업의 성격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만큼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처리 또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을까? 이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점을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그 이유는 두나무가 2022 사업연도 반기 재무제표를 기점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처리를 변경하였기 때문이다.

두나무, '재고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위메이드는 가상자산을 통상적인 영업과정 상 판매 목적으로 보유한 것이 아니었던 반면,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가상자산을 판매할 목적 하에 보유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했던 기업의 회계처리와는 달리 두나무는 K-IFRS 제1002호에 따라 ‘재고자산’으로 인식했다.

재고자산은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낮은 금액으로 측정(저가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개기업의 경우에는 타인을 위하여 또는 자기의 계산으로 재고자산을 매입한 후 단기간 내에 매도함으로써 가격변동이익이나 중개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재고자산을 취득한다. 예외상 공정가치에서 처분부대원가를 뺀 금액(순공정가치)으로 재고자산을 측정하고, 순공정가치 변동분은 변동이 발생한 기간의 손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두나무 역시 가상자산 중개기업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이 재고자산을 순공정가치로 측정하고, 가상자산의 평가손익을 영업외손익으로 인식했다. 그리고 고객으로부터 가상자산을 위탁받아 보관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위험과 효익이 두나무에 의해 지배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두나무의 가상자산 회계처리 현황 요약(22 사업연도 1분기까지)
두나무가 ‘매각’하는 가상자산은 재고자산을 판매하는 보통의 기업들처럼 K-IFRS 제1115호에 따른 수익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두나무는 가상자산의 매각에 대해 K-IFRS 제1115호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의 영업수익은 서비스 수입과 수수료 수입으로 구성되며, 가상자산 매각과 관련된 수익은 표시되지 않음 △포괄손익계산서 상 매출원가나 영업비용 내역 상 매각한 가상자산에 대한 비용이 표시되지 않음 △포괄손익계산서 상 가상자산이익(손실)에는 평가 및 거래와 관련된 손익이 모두 포함되어 있음이 근거다.

즉, 두나무는 재고자산으로 인식한 가상자산을 매각함에 있어 수익(매출)과 비용(매출원가)을 총액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대신 유가증권 등의 처분처럼 차익(손)만을 가상자산이익(손실)으로 순액 인식한 것이다. 이 같은 회계처리가 기준서에 부합하는 것인지 따져보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일관성이 다소 부족한 회계처리로 보인다. 가상자산의 보유가 통상적인 영업과정 상의 판매 목적임을 두나무 스스로 인정하였음에도 가상자산의 매각 시 관련 수익을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나무의 가상자산 회계처리 현황 요약(2022 사업연도 반기 이후)
일관성 부족이 문제 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두나무는 2022 사업연도 반기 재무제표부터 보유 중인 가상자산이 ‘무형자산’에 해당하는 것으로 회계정책을 변경한다. 즉, 과거의 판단과는 달리 두나무가 더 이상 가상자산을 통상적인 영업과정상 판매를 위해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이다. 이는 결국 가상자산을 분류함에 있어서는 앞선 두 기업과 동일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다만 위메이드는 가상자산의 후속 측정으로 원가모형을 채택한 반면, 두나무는 재평가모형을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일부 차이는 존재한다.

이들 기업 사례를 보면 가상자산 회계처리의 방향이 어느 정도 정립되긴 했지만, 급성장하는 가상자산 시장과 그 다양성을 모두 아우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상황 개선을 위해 금융감독원, 한국회계기준원 등 유관기관이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따라서 각 기업의 관계자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 이슈와 기준의 변화에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정호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

△브릿지코드 파트너 CPA
△KB 국민은행 중소기업컨설팅부
△삼정 KPMG
△한국금융연수원 기업가치 전문강사
△스타트업 재무실사 및 감사·M&A·CFO 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