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된 나무가 임윤찬이 선택한 피아노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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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최윤경의 탐나는 책
제임스 배런 지음, 이석호 옮김
프란츠 2020 출간

열정은 중요하지만 열정만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 예술적 감각이라는 건 1만 시간이 지나도 생기지 않는 듯했다. 그럭저럭 잘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아, 피아노는 가질 수 있어도 재능은 가질 수 없구나.
그리고 세상에는 가질 수 없는 피아노도 있다. 아니, 가질 수는 있지만 콘서트홀 하나 소유할 정도의 재력을 전제조건으로 갖추어야 한다. 전 세계 연주회장을 장악한, 세계적 피아니스트의 공연마다 측면에 새겨진 금빛 로고로 그 위풍당당함을 드러내는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모델명 D274)가 그 주인공이다.
「뉴욕타임스」 기자 제임스 배런은 뉴욕의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공장에서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 K0862가 제작되는 과정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자동화의 물결에서 빗겨나 수 세대를 이어온 방식으로 피아노의 각 부분을 만들고 조립하는 숙련공들은 물론이고, 2.73미터의 몸길이에 맞는 공명판으로 쓰일 가문비나무를 보기 위해 직접 밀림으로 향하는 목재공학자, 기계적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완벽한 음정을 추구하는 조율사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윤오영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