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황세 보이는 암호화폐 ETF, 어디까지 상승할까 [글로벌 ETF 트렌드]

글로벌 ETF 트렌드

암호화폐 관련 ETF 올 들어 100% 상승
반감기 다가오며 희소성 증가
블랙록, 설립 후 처음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신청
SEC가 승인 시 기관투자가 투자 수요 증가 전망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암호화폐 거래소 간의 신경전이 심화하는 가운데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은 올 들어 급격히 치솟고 있다. 비트코인이 올해 반감기에 접어들자 희소성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ETF 출시 준비하며 투자 심리가 비트코인에 쏠리고 있다.

암호화폐 ETF 올 들어 100% 급등

올 들어 암호화폐 관련 ETF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반대하는 SEC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 관련 업체에 투자한 상품이 연일 활황이다.

올 초부터 18일(현지시간)까지 뉴욕 증시에서 발키리 비트코인 채굴 ETF(티커명 WGMI) 수익률은 145.64% 상승했다. WGMI는 비트코인 채굴업체에 운용자산의 80%를 투자하는 ETF다. 지난해 2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암호화폐 산업과 관련한 ETF도 연일 상승세다. 반에크 디지털 전환 ETF(티커면 DAPP)는 올 들어 114.6%가량 뛰어올랐다. 암호화폐를 대량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비트와이즈 크립토 산업 이노베이터 ETF(BITQ)는 102.65%,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X 블록체인 ETF(BKCH)도 96.89% 치솟았다.

네 상품 모두 간접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SEC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 보유량이 큰 기업의 지분을 대량 매입해서다. 아직 SEC는 비트코인 현물에 직접 투자하는 ETF를 허용한 바 없다.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ETF도 덩달아 상승세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현물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SEC 규제를 피하기 위해 1개월 선물을 매입한 뒤 만기일이 다가오면 매도하고 새로운 선물 계약을 맺는 식으로 운용한다.운용자산이 가장 큰 프로셰어스 비트코인 전략 ETF(BITO)는 올 초부터 지난 18일까지 41.71% 상승했다. BITO의 운용자산(AUM)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9억달러를 넘겼다. 비트코인 선물 ETF 중 최대 규모다.
발키리 비트코인 전략 ETF(BTF)는 올 들어 54% 상승했고, 반에크 비트코인 전략 ETF(XBTF)도 55% 치솟았다. 반면 비트코인 하락에 베팅하는 프로셰어즈 숏 비트코인 전략 ETF(BITI)는 올해 들어 반토막 난 상태다.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 전망에 투자 수요 급증

비트코인 반감기가 곧 도래할 것이란 기대감에 암호화폐 ETF 수익률이 치솟았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4년마다 절반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일컫는다.비트코인 반감기를 거치면 채굴에 대한 보상이 이전보다 50%이상 줄어든다. 채산성이 감소하면서 비트코인 공급량도 줄어 가격이 상승한다. 코인마켓갭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9일 2만 6419달러로 마감했다. 올 들어 60%가량 상승했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은 직전 반감기였던 2020년 5월 급등했다. 18개월 뒤인 2021년 11월에는 사상 최고치인 6만 9000달러를 찍었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2012년과 2016년, 2020년 등 4년 주기로 반복됐다. 업계에서는 다음 반감기를 2024년 4월께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비트코인 투자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전통 은행이 파산하게 되자 비트코인이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에 투자할 때는 보증도 필요 없다. 희소성과 탈중앙화도 강점으로 꼽힌다. 미 중앙은행(Fed)도 금리를 동결하며 위험 자산에 대한 불안정성도 해소되는 모양새다.

블랙록도 비트코인 ETF 경쟁에 참전

최근에는 블랙록이 비트코인 ETF 출시를 준비하면서 수요가 더 확대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현물 비트코인 ETF인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란 ETF 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투자자들은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운용사가 직접 비트코인을 보유하면서 운영해야 한다. 운용자산(AUM)이 1경 원에 달하는 블랙록이 비트코인을 매집할 경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SEC는 이전까지 그레이스케일, 반에크, 위즈덤트리, 피델리티 등 다른 자산운용사가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모두 반려한 바 있다. 총 33회 신청했지만 SEC가 모두 거절했다.

다만 업계에선 공룡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시장에 참가할 경우 SEC가 과거와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금껏 SEC가 블랙록의 ETF 출시 신청을 반려한 것은 단 한 번뿐이다. 블랙록은 현재까지 567건을 신청해서 575건을 승인받았다.

블랙록이 제출한 신청서에는 시장 조작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감시 공유 계약’을 도입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승인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SEC는 그동안 시장 조작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반려해 왔다. 감시 공유 계약은 시장 거래 활동, 청산 내역, 고객식별 등 정보를 공유해 시장 조작을 막는 기능을 한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다면 비트코인 업계에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호재”라고 강조했다. 블랙록을 중심으로 기관투자가의 비트코인 매수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 "암호화폐 ETF 여전히 불안정"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ETF 활황세가 단기 이벤트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SEC와 암호화폐 거래소 간의 법적 분쟁이 일단락되지 않아서다. 실제로 지난 6개월 동안 암호화폐 관련 ETF에서 1억 7200만달러(약 2194억원)의 투자금이 유출됐다. 수익률은 크게 늘었지만 운용자산은 축소한 형국이다.

ETF 리서치업체 베타파이의의 록사나 이슬람 연구 책임자는 "3년 전과 달리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적인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이다"라며 "시세 폭락, 변동성에 큰 손해를 입었던 투자자들은 작년부터 시장을 떠났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투자금액의 고정 비율을 정한 뒤 암호화폐 ETF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브라이언 아머 모닝스타 리서치 이사는 "암호화폐 ETF는 변동성이 매우 크고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상품이다"라며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기술주 투자금의 1~5% 정도만 암호화폐 ETF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