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구스비 "뿌리 찾는 음악으로 클래식 지평 넓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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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가 19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앨범 발매 및 첫 내한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앨범 수록곡을 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찰칵찰칵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의 g단조의 깊이있고 애절한 선율이 이어졌다. 연주자는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27). 검정색 피케셔츠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등장한 청년은 연주를 마치고 자신의 악기를 소개했다. 지난 1월 삼성문화재단이 제공한 스트라디바리우스사의 1708년 산 명기 '엑스 슈트라우스'(ex-Strauss)다.
"전에 쓰던 악기보다 훨씬 밝은 소리를 내요. 그러면서 다크 초콜릿처럼 깊은 소리도 내는 이중적인 매력을 지닌 악기죠. "
19일 랜들 구스비가 처음으로 한국의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서울 한남동 리움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일과 22일 각각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구스비는 재일교포 3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만큼 동아시아, 아프리카, 미국이라는 다양한 문화적 뿌리를 지닌 연주자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구스비의 뿌리와 연결고리가 있는 작품들을 들려준다.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과 흑인 클래식 작곡가의 '대부'로 불리는 윌리엄 그랜트 스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등이다. 이들 모두 클래식 음악의 주변부에 있던 흑인과 관련된 작품들이다.
"라벨의 소나타 2악장에는 미국 음악인 '블루스'가 담겨있어요. 이와 연관된 작곡가가 그랜트 스틸이죠. 그의 작품에서는 명백한 블루스의 색채가 나타나거든요. 베토벤의 크로이처는 (베토벤의) 절친이자 흑인 계열 바이올리니스트 조지 브지지타워에게 헌정하려고 쓴 곡이이에요. 둘 사이가 치정 문제로 틀어지면서 헌정하지 못하게 됐지만요.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가 19일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앨범 발매 및 첫 내한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그가 이러한 작곡가들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평을 넓히고 싶다"는 것. 그는 "미국에서 클래식은 돈 많고 나이든 사람의 전유물처럼 보이는데, 보다 다양한 백그라운드 가진 사람들이 클래식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7세에 연주를 시작하고 14세가 될 때까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작품은 경험한 적이 없었다고. 그래서 2021년 데카(DECCA)를 통해 발매한 데뷔 앨범 ‘루츠(Roots)’에서는 자신의 문화적인 뿌리를 나타낸 음악으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야니크 네제 세갱이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흑인 여성 작곡가인 플로렌스 프라이스의 협주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음악에는 작곡가의 경험이 반영되는데 클래식에서 유럽 작곡가들의 경험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아프로-아메리칸 작곡가의 음악은 낯설잖아요.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수의 경험을 주시하게 됐습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소외된 이들의 작품을, 그들이 현대음악과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 찾아보고 싶습니다. ” 그는 향후 일본, 한국 등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낯선 다양한 나라작곡가들의 음악에도 관심을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5년 전부터 골프채를 잡아온 열렬한 골프 애호가이기도 하다. 해외에 나갈때마다 골프 클럽을 항시 소지할 정도다. 자신이 후원받은 악기 이름을 유명 골프 선수의 이름을 따 '타이거'라고 짓기도 했다.
그는 "필드에 있을 때나 무대에 설 때 비슷한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골프와 연주는 매우 비슷애요. 그날의 날씨, 관객의 반응, 나의 기분 등 모두 그때그때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지배하죠. 필드와 무대에서는 과거의 모든 것을 제거하고 '그 상황에만' 집중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런 훈련을 계속하해야는 점, 다시말해 '연습을 하지않는 연습'을 하는 게 유사합니다.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찰칵찰칵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의 g단조의 깊이있고 애절한 선율이 이어졌다. 연주자는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27). 검정색 피케셔츠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등장한 청년은 연주를 마치고 자신의 악기를 소개했다. 지난 1월 삼성문화재단이 제공한 스트라디바리우스사의 1708년 산 명기 '엑스 슈트라우스'(ex-Strauss)다.
"전에 쓰던 악기보다 훨씬 밝은 소리를 내요. 그러면서 다크 초콜릿처럼 깊은 소리도 내는 이중적인 매력을 지닌 악기죠. "
19일 랜들 구스비가 처음으로 한국의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서울 한남동 리움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일과 22일 각각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구스비는 재일교포 3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만큼 동아시아, 아프리카, 미국이라는 다양한 문화적 뿌리를 지닌 연주자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구스비의 뿌리와 연결고리가 있는 작품들을 들려준다.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과 흑인 클래식 작곡가의 '대부'로 불리는 윌리엄 그랜트 스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등이다. 이들 모두 클래식 음악의 주변부에 있던 흑인과 관련된 작품들이다.
"라벨의 소나타 2악장에는 미국 음악인 '블루스'가 담겨있어요. 이와 연관된 작곡가가 그랜트 스틸이죠. 그의 작품에서는 명백한 블루스의 색채가 나타나거든요. 베토벤의 크로이처는 (베토벤의) 절친이자 흑인 계열 바이올리니스트 조지 브지지타워에게 헌정하려고 쓴 곡이이에요. 둘 사이가 치정 문제로 틀어지면서 헌정하지 못하게 됐지만요.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가 19일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앨범 발매 및 첫 내한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그가 이러한 작곡가들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평을 넓히고 싶다"는 것. 그는 "미국에서 클래식은 돈 많고 나이든 사람의 전유물처럼 보이는데, 보다 다양한 백그라운드 가진 사람들이 클래식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7세에 연주를 시작하고 14세가 될 때까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작품은 경험한 적이 없었다고. 그래서 2021년 데카(DECCA)를 통해 발매한 데뷔 앨범 ‘루츠(Roots)’에서는 자신의 문화적인 뿌리를 나타낸 음악으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야니크 네제 세갱이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흑인 여성 작곡가인 플로렌스 프라이스의 협주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음악에는 작곡가의 경험이 반영되는데 클래식에서 유럽 작곡가들의 경험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아프로-아메리칸 작곡가의 음악은 낯설잖아요.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수의 경험을 주시하게 됐습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소외된 이들의 작품을, 그들이 현대음악과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 찾아보고 싶습니다. ” 그는 향후 일본, 한국 등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낯선 다양한 나라작곡가들의 음악에도 관심을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5년 전부터 골프채를 잡아온 열렬한 골프 애호가이기도 하다. 해외에 나갈때마다 골프 클럽을 항시 소지할 정도다. 자신이 후원받은 악기 이름을 유명 골프 선수의 이름을 따 '타이거'라고 짓기도 했다.
그는 "필드에 있을 때나 무대에 설 때 비슷한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골프와 연주는 매우 비슷애요. 그날의 날씨, 관객의 반응, 나의 기분 등 모두 그때그때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지배하죠. 필드와 무대에서는 과거의 모든 것을 제거하고 '그 상황에만' 집중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런 훈련을 계속하해야는 점, 다시말해 '연습을 하지않는 연습'을 하는 게 유사합니다.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