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호 등장에 3000억 대박…요즘 뜨는 부모님 건강 필수품

"5060도 '장민호 단백질' 찾는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이유

건강 중시 트렌드 타고 '단백질 시대'
한 해 300개 넘는 신제품 쏟아져
가수 장민호 / 사진제공=뉴에라프로젝트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60대 부모님을 위해 고향 집에 정기적으로 단백질 보충제를 보낸다. 이 씨의 부모님은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헬스장을 다니는 노년 ‘헬스족’이다. 최근 들어선 부모님 세대에서 큰 인기를 끄는 트로트 가수들이 잇따라 단백질 보충제 광고 모델로 나서면서 단백질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 씨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약화된다고 해 건강을 위해 단백질 관련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마침 어머니가 좋아하는 가수가 광고하는 제품이 있다고 해 꾸준히 구매해 부모님께 보낸다”고 말했다.
일동후디스 하이뮨 제품을 광고하는 가수 장민호. 사진=일동후디스 제공
보디빌더 등 근력운동에 열심인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단백질 보충제가 전 연령층이 즐기는 건기식으로 탈바꿈했다. 최근 유통업계가 “사 먹는 단백질 시대가 열렸다”며 앞다퉈 전문 브랜드와 제품을 선보이는 이유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피트니스센터에서 실내 운동을 즐기는 이들은 물론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역력 강화 등 건강에 관심이 커진 중장년·노년층 소비자까지 가세하면서 단백질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19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음료를 제외한 단백질 제품(파우더·바)의 작년 한국시장 규모는 9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 성장했다. 음료를 포함하면 이 시장 규모는 올해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2018년만 해도 813억원에 불가했던 시장 규모가 5년여 만에 다섯 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탄수화물 중심 식단이 점차 단백질 중심 식단으로 바뀌는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 중시 식품 소비 트렌드가 전 연령층에 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식품 기업들은 잇따라 ‘단백질 전쟁’에 참전했다. 지난해 출시된 관련 신제품 수만 300개가 훌쩍 넘을 정도. 업계가 주목하는 소비자는 특히 시니어층이다. 그간 20~30대 청년층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점유율 경쟁을 펼쳐 왔지만, 건기식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이 제품이 관심을 기울이면서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대다수 중장년층이 건강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정작 단백질은 하루 권장량 이하로 섭취하고 있다는 데 착안했다. 서울백병원에서 진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건강한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무게 1㎏당 1~1.2g의 단백질을 매일 섭취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60세 이상 인구 2명 중 1명은 하루 권장량 이하의 단백질만 보충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찌감치 성인 단백질 시장에 뛰어든 매일유업은 ‘셀렉스’를 앞세워 누적 매출 3100억원을 돌파했다. 저출산 등으로 쪼그라드는 유제품 부문 매출 빈자리를 메우며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말에는 기존 건강·영양식 판매 부문을 분사해 ‘매일헬스앤뉴트리션’이란 신규 법인을 세웠다. 론칭 초기부터 골프여제 박세리 등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대중화를 이끌었다.

일동후디스는 인기 트로트 가수 장민호를 앞세워 2020년 ‘하이뮨’을 론칭한 후 현재 누적 매출액 3000억원을 돌파하는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다. 작년 한해 동안에만 165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첫해 매출(300억원)보다 무려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매일유업 셀렉스 매출을 넘어섰다. 하이뮨은 ‘장민호 단백질’로 입소문을 탔다. 중독성 있는 광고 노래(CM)로 인기를 끄는 등 5060세대 팬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귀띔이다.
매일유업 셀렉스 제품들. 사진=매일유업 제공
아예 단백질 제품군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어 뛰어든 곳들도 있다. 삼양식품은 식물성 단백질 음료인 프로틴드롭을 선보이며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식물성 건강 브랜드 ‘잭앤펄스’를 론칭하고 관련 제품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웅진식품 역시 건강기능식품 전문 브랜드 ‘솔브앤고’를 만들어 단백질 베이스 음료 ‘면역&항산화’와 ‘피부&장’ 2종을 출시했다. 앞서 빙그레나 남양유업 등도 각각 단백질 전문 브랜드 ‘더:단백’과 ‘테이크핏 맥스’를 론칭해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최근 단백질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기존의 파우더형 제품은 물론 과자, 요리, 탄산 음료까지 다양한 형태의 패키지가 나오는 것도 특징이다. 그간 단백질 보충제는 보관이나 관리가 어려운 데다 맛도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출시된 신제품들은 다르다. 모두 단백질 특유의 거북한 맛을 최대한 감추는 데 중점을 뒀다. 매일유업이 내놓은 셀렉스 신제품도 청포도와 체리라임 맛이 나는 탄산으로 즐기도록 해 단백질 특유의 맛과 향을 없앴다. CJ제일제당은 고함량 단백질을 두부나 에그스프레드, 생면 등 요리 형태로 만들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엇비슷한 단백질 제품들 사이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일상에서 큰 거부감 없이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맛과 형태를 갖춘 제품을 출시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