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 나선 박민지 "샷감 최고…포천힐스 행운 다시 거머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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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D-3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강자인 박민지(25)는 올 들어 이름값을 못 했다. 2021년에 이어 작년에도 6승을 올리면서 “국내에는 더 이상 적수가 없다”던 그가 지난달까지 출전한 일곱 개 대회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중 네 개 대회에선 톱10에도 들지 못했다. 지난달 처음 문을 두드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선 13오버파(공동 20위)를 쳤다. “슬럼프에 빠진 것 아니냐” “박민지 시대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자타공인 최강…올해 초반 부진
2주전 우승 후 자신감 돌아와
"작년 한경 레이디스컵 기억 생생
포천힐스CC 코스 재밌어 기대돼
이번 대회 우승 후 美무대 도전"
하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강철 멘털’을 갖춘 박민지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 11일 셀트리온 퀸즈마스터스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하더니 지난주에는 한국여자오픈을 4위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오는 23일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경기 포천힐스CC에서 열리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을 맞는다. 대회 2연패와 함께 올해 첫 번째 다승 타이틀에 도전한다. 올 들어 열린 KLPGA 12개 대회는 모두 다른 챔피언을 배출했다.박민지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주 전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샷감도 좋아졌다”며 “올해도 작년처럼 멋진 승부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초 부진에 대해 “솔직히 ‘그동안 쉼 없이 뛰었고, 이뤄놓은 것도 많은데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좀처럼 나오지 않던 좋지 않은 플레이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후배 선수들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황)유민(20)이나 (방)신실(19) 같은 루키들을 보고 많이 반성했어요. 어린 친구들도 골프에 진심인데, 쉴 때도 골프만 생각하는데, ‘나는 지금 뭐 하는 거지’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최근 시작한 권투도 박민지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힘이 됐다. “복싱은 골프와 달리 몸의 양쪽을 다 사용하잖아요. 밸런스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최고죠. 샌드백을 정타로 때릴 때 타격음과 손맛은 ‘오잘공’(오늘 제일 잘 친 공)이 나올 때와 비슷해요. 어떤 느낌인지 알겠죠?”박민지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 대해 “지금도 이따금 떠올리는 특별한 대회”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박지영(26)과 연장 혈투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라운드부터 모든 샷이 정말 잘 맞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첫날 8언더파를 시작으로 3라운드 내내 좋은 흐름을 탔죠.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박민지는 2주 전 올린 올해 첫 승도 연장 승부 끝에 잡았다. 지금까지 치른 일곱 번의 연장전에서 진 것은 2020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이 유일하다. 연장전 승률이 85.7%에 달한다. 박민지는 “연장에 들어가면 ‘못해도 2등’이란 생각으로 자신을 다독인다”며 “주저하지 않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포천힐스CC는 선수에게도 쉽지 않은 코스다. 해저드, 벙커 등 공이 떨어질 만한 곳엔 어김없이 함정이 있어서다. 박민지는 오히려 “재밌는 코스라서 대회가 기다려진다”고 했다. 그는 “한 샷 한 샷 고민을 해야 하고, 전략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적절한 보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박민지는 이번 대회를 마무리한 뒤 다음달 US여자오픈을 시작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한다. 미국에서 힘을 낼 동력을 이번 대회에서 얻겠다고 박민지는 말했다.
“3라운드로 진행되는 만큼 무조건 첫날 좋은 성적을 거두려고 합니다. 1라운드에서 톱5에 드는 게 목표예요. 그렇게 되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샷감이 정말 좋거든요. 포천힐스CC에 오시거나 TV로 보시면 지금 제 말에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