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그림 배운적 없는 천재…'中 우표 화가' 황융위
입력
수정
지면A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중국에서 우표 수집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귀한 우표는 한 세트에 수천만~수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부자들의 투자 대상이 되기도 한다.
1980년 원숭이의 해를 맞아 발행된 우표가 대표적이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원숭이를 그린 붉은색 우표는 현재 거래가가 세트당 2억~3억원에 달한다. 원숭이의 털을 한 올 한 올 섬세하게 묘사한 것 등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당시 우표 발행량이 450만 장밖에 안 돼 희소성을 높였다.우표 속의 그림을 그린 건 ‘중국의 국민 화가’ 황융위(1924~2023)다. 그는 독학으로 중국 대표 화가 자리에 오른 ‘천재’다. 정규 미술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데도 스스로 그림을 배워 28세 때 중국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의 최연소 교수가 됐다.
황융위는 동양화, 유화, 조각 등 분야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펼쳤다. 그의 주특기는 판화였다. 재치있는 그림체와 세필로 그린 듯한 세밀한 묘사 덕분에 그의 판화는 중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기를 얻었다. 1978년 영국 더타임스는 신문 6개 면을 할애해 그의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황융위가 지난 13일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눈을 감기 전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올해 토끼의 해를 맞아 발행된 우표도 그의 작품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