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성사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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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시진핑 주석과 회동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외교라인의 1·2인자와 시진핑 국가주석을 잇달아 만나면서 미·중 관계가 전환점을 맞이했다. 양국 재무 및 국방 수장 회담 등 고위급 대화 복원에 이어 미·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미·중 대화가 재개돼도 양국의 패권 경쟁 구도는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디리스킹은 중국 봉쇄 아냐"
美·中 고위급 대화 재개 합의
대만문제 두고는 여전히 신경전
軍당국 핫라인 구축도 진전 없어
옐런 訪中, 친강 訪美 이어지면
美中 정상 APEC서 회담 가능성
◆대화 정국 본격 시작
블링컨 장관은 18~19일 방중 기간에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외사판공실 주임), 시 주석을 차례로 만났다. 19일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그는 “양국 모두 관계를 안정화할 필요에 동의했으며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블링컨 장관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의 정책을 인정하며, 우려하는 것은 대만해협의 안정이 깨지는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리스킹’(위험 관리)은 미국의 기술이 미국 국가안보를 해치는 일을 막으려는 정책이지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의 대만 관련 발언은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며 미국에 인정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디커플링(공급망에서 중국 배제)에서 디리스킹으로 전환한 부분을 설명한 것도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블링컨 장관은 왕 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 확정한 의제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양국 정상은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고 격렬한 경쟁이 충돌로 바뀌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친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오해와 오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도 “양측은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중은 친 장관이 양측이 모두 편리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중 “서로 권익 해치지 말아야”
미·중 대화가 본격화해도 양국의 경쟁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양국의 대화 과정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일부 감지됐다. 미국이 첨단기술 수출 통제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한 부분이나 중국이 대만 등 핵심 이익을 재차 거론한 게 단적인 예다.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같은 맥락에서 미국도 중국의 권익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디리스킹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우리에게 대항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핵전력 강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을 거론했다.양국 군당국 사이에 핫라인을 구축하자는 논의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대만을 둘러싼 양국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군당국 핫라인 구축은 미 정부가 중시하는 목표 중 하나다. 블링컨 장관은 “진전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어려운 일”이라며 “한 번의 방문으로 이룰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중국의 신장, 시짱(티베트) 등의 인권 문제도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목했다. 또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이 당국의 갑작스러운 조사를 받는 등 경영 환경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양국은 경쟁 속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전략적 대화를 이어갈 전망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등이 방중을 계획하고 있고 양국의 합의대로 친 장관의 방미도 하반기 진행될 공산이 크다. 친 장관이 방미 중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양국 관계가 어느 정도 관리 국면으로 접어들면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시진핑 대면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2021년 11월에는 화상으로, 지난해 11월에는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났다. 이번에 미국에서 만난다면 화상-제3국-미국 순으로 거리가 가까워지는 셈이다.
워싱턴=정인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