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全분야에 AI 적용…생산성 높이고 성능 개선

사진=최혁 기자
삼성전자가 D램 설계 자동화, 소재 개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수율 개선 등 반도체 사업 전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AI를 적극 활용해 사업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 성능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 주도로 진행 중인 AI 적용 확대엔 삼성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까지 참여하고 있다. AI가 삼성전자의 제품 경쟁력을 높여 대만 TSMC 등과의 경쟁에 도움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칩 설계, 소재 선택, 양산, 패키징(후공정) 등 반도체 사업 A부터 Z까지 전 영역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핵심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등을 담당하는 메모리사업부는 △불필요한 웨이퍼(반도체 원판) 손실 원인 분석 △회로 기본설계 자동화 △제조 데이터베이스(DB) 구축 △AI 기반 소프트웨어(SW) 최적화 △D램 불량 분석 등에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AI를 반도체 공정에 접목할 수 있는 유명 대학이나 빅테크 출신 전문가 채용에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 한계"…삼성, AI로 수율 올린다

고객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칩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대만 TSMC 추격을 위한 최우선 해결 과제인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의 비율) 향상’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할 계획이다. 최첨단 공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쌓인 빅데이터를 집중 분석해 제품 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개선해 수율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삼성의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도 AI를 통한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발 벗고 나섰다. 중점 개발 포인트는 △AI를 기반으로 한 반도체 개발 자동화 △반도체 데이터 학습에 최적화된 알고리즘 개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업부 소속 엔지니어가 활용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 △반도체 소재의 물리적 성격 분석 및 AI를 활용한 소재 개발 등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AI를 적극 활용하기로 한 건 공정 미세화를 통한 칩 성능 향상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공정의 경우 현재 선폭(회로의 폭)이 2~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수준까지 좁혀졌지만 이에 따른 트랜지스터 간 간섭이 심화되며 전류 누설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반도체 기업은 초미세공정의 한계를 소재나 장비 개선 등으로 극복하려 하고 있는데, 여기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면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불량의 원인을 밝혀내거나 장비의 효율적인 활용법 등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DS부문장을 맡은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도 올 들어 지속적으로 AI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SNS를 통해 “AI를 제대로 사용하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격차가 매우 크게 증폭될 것 같다”며 “AI에서 뒤떨어지면 경쟁하기 어려운 세상이 코앞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경쟁사들도 AI 활용도를 높여 기술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TSMC는 미국의 AI·반도체 전문 기업 엔비디아와 손잡고 핵심 공정인 리소그래피(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공정)에서 AI를 활용해 작업 시간을 줄이고 전력소비량을 낮추는 기술을 개발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