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에도 美오파워·루비콘 같은 기후기업 나와야"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기후변화 위기가 준비된 기업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오파워와 루비콘, 스위스 클라임웍스 등과 같은 기후테크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IT기술로 무장한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도전해 볼만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색금융 지원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대출을 증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한국은행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함께 '제1회 녹색금융 국제컨퍼런스'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가 언급한 미국 오파워는 전력사용 절감을 위한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지난 2007년 설립돼 수천만명에게 전기료 절감 혜택을 주고 있다. 루비콘은 자원 순환 플랫폼을 만들었고, 클라임웍스는 이산화탄소를 고체탄소로 바꿔 판매하고 있다.이 총재는 "코로나19 감염병이 글로벌 보건위기를 불러일으켰지만 백신개발에 성공한 바이오앤텍, 모더나 같은 바이오 기업에게는 비약적인 성장의 기회가 됐다"며 기후테크 분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기후테크 투자자금은 2021년 450억 달러로 2년 새 3배 증가했다.

한국 기업이 기후변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녹색금융 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중소기업들이 친환경으로의 공정전환을 순조롭게 이루지 못할 경우 수출 공급망으로 연결된 대기업들도 글로벌 환경관련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며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을 모아 증권화하고, 국제적 기준에 맞는 채권을 발행해 녹색금융 혜택을 간접적으로 받는 방식을 금융당국과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이외에도 기후변화에 따른 금융기관 스트레스테스트 모형도 개발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기후변화에 따른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모형이다. 외환보유액 운용도 ESG 투자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이 총재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문제는 우리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팬데믹 이후 경제구조의 변화, 뉴노멀(new normal)의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