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운대 피서지 호텔 화재…헬기·사다리차로 긴박한 구조

170여명 대피·구조, 31명 연기흡입…어린이·노약자 우선 구조
일부 투숙객 "대피방송 못 들어" 주장…연기흡입 외 피해는 없어
"불이야. 소리를 듣고 뛰쳐 나가보니 연기가 보였습니다. "
20일 오전 9시33분께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한복판에 있는 한 호텔 건물에서 불이 났다.

불은 지하 6층에서 시작됐지만 연기가 순식간에 객실이 있는 중층부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자력으로 대피한 한 투숙객은 "체크아웃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불이야'라고 외친 호텔 직원으로 추정되는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보니 연기가 보였다"며 "다행히 저층이라 야외 테라스로 대피했다가 누군가 안내를 받고 계단으로 신속하게 빠져나왔다"라고 화재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연기가 복도에 가득 차자 저층과 중층 투숙객들은 4층에 있는 야외 테라스 공간으로, 고층 투숙객은 옥상으로 나눠 대피했다
옥상으로 대피한 투숙객 중 5명은 소방헬기로 구조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헬기 5대를 투입해 옥상에서 구조작업을 펼쳤다.

테라스 층으로 대피한 투숙객들과 상가 이용객들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구조됐다.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먼저 구조됐고 일부 투숙객들은 구조를 기다리던 중 복도 등에 연기가 빠지자 소방대원의 유도에 따라 직접 걸어 1층으로 대피했다.
해당 건물은 지하 1∼7층, 지상 1∼30층으로 일부 호텔 층을 비롯해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함께 입주해있다.

피서지 한복판 대형 호텔에서 불이 나자 수영복을 입은 피서객들은 초조하게 구조나 화재진압 상황을 지켜봤다.
한 피서객은 "처음에는 소방 훈련인 줄 알았다"며 "뉴스를 검색해보고 실제 사다리차에 어린이들이 구조되는 모습을 보면서 실제 불이 난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투숙객들은 호텔에서 안내방송 등이 없어 대피가 늦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소방당국이 파악한 대피 및 구조 인원은 모두 170여명이다.

이 중 31명은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 투숙객은 "호텔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리거나 안내방송을 못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진영 해운대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대규모 건물의 경우 동시에 화재경보가 울리면 사람이 몰려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화재가 발생한 주변 층만 경보기가 울리게 되어 있을 수도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