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데 술 너무 마셔"…삼성·TSMC 미국 직원의 뒷담화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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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TSMC, 미국서 인력전쟁"삼성전자 미국법인 직원 상당수는 예의 바르고 훌륭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여기서 출세하려면 '한국식 폭음문화(Korean binge drinking culture)'를 배워야 합니다."
직원평점 삼성 3.7점, TSMC 3.2점
美 직원, TSMC 혹평…"2등시민 취급"
미국 2030년 반도체인력 30만명 부족
"TSMC 미국법인에는 똑똑한 동료들이 많죠. 하지만 미국인을 '2등 시민'취급합니다. 군대문화(Military-like culture)와 뒷담화 문화(Gossipy culture)도 만연합니다."삼성전자·TSMC의 미국 직원들은 거침없었다. 이들은 미국의 익명 직장평가 플랫폼인 '글래스도어'에 적나라한 평가를 남겼다. 두 회사는 글래스도어 글에 적잖은 신경을 쓴다. 나란히 미국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짓는 만큼 미국 반도체 인력 확보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에 자리 잡은 삼성전자 오스틴법인은 현재 엔지니어, 사무직 매니저 등 343개 분야에서 직원을 채용 중이다. 오스틴법인 채용공고에는 170억달러(약 21조원)를 들여 건설하는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관련 채용도 포함됐다. 테일러 공장은 인근 지역에서 20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TSMC도 미국인 인력 수급에 분주하다. TSMC도 홈페이지 등에 애리조나 파운드리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관련 공고를 냈다. 62개 분야에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물론 미국 오하이오와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팹)을 짓는 인텔도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두 회사의 인력확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도 반도체 인력 수급난이 심각해서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 반도체 인력 부족 규모가 39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는 2025년까지 인력 7만~9만 명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TSMC의 경우 인력 수급 상황이 팍팍하다는 평가가 많다. 현지 직원들의 혹평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미국 경제매체인 '포천'은 이 같은 미국 직원들의 불만이 보도되기도 했다.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TSMC 미국 직원들의 회사 평점은 5점 만점에 3.2점으로 집계됐다. TSMC 추천율(다른 사람에게 회사 입사를 추천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평점 3.7점, 추천율 69%인 삼성전자를 크게 밑돈다.
TSMC의 한 직원은 글래스도어 리뷰글에서 "대만에서 교육받을 수 있고 안정적이고 보상도 괜찮은 편"이라며 "애플 AMD 엔비디아 등 실리콘밸리 고객과 일하는 것도 좋은 점"이라며 장점을 적었다. 하지만 단점에 대해서는 "연장자에 대한 존경과 같은 동아시아 문화를 강요하고 있다"며 "존경은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얻어내는 것"이라고 적었다.또 다른 직원은 "대만인 직원들의 채팅창이 최근 회사 전체에 유출된 적이 있다"며 "이 채팅창에는 미국인들이 무능하고 대만·인도인들이 미국인보다 우수하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미국 직원은 "직원들이 책임감 있고 급여가 좋은 편"이라면서도 "주당 평균 60~70시간을 일하는 등 워라밸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식 문화와 작업절차가 비효율적일 때가 많다"고도 지적했다.
글래스도어 평가를 보면 엔비디아 평점 4.7점(추천율 94%), 마이크로소프트 4.3(87%), 애플 4.2점(81%), 인텔 3.9점(78%) 등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3.7점)와 TSMC(3.2점)을 크게 웃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