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상승 감당 못 해"…건설사들, 재개발·재건축 수주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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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과천시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포기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수주를 포기하고 있다.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당분간 도시정비사업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이슈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 곳곳서 공사비 둘러싼 잡음…"당분간 갈등 지속"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정비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DL이앤씨는 과천주공 10단지 조합원들에게 보낸 공지문을 통해 "긴 내부 논의를 거쳐 부득이하게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전했다.이어 "최근 건설경기 및 수주환경 등 외부 상황에 여러 변화가 있었고 당사 수주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면서 "그간 DL이앤씨와 아크로에 보인 조합원들의 관심과 애정에 감사드린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DL이앤씨는 이 단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10개월 동안 공을 들여왔다. 과천주공10단지는 과천 일대 재건축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일대 632가구를 최고 28층 1339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이미 다른 단지들은 시공사를 선정하거나 분양을 마친 상태라 마지막 단지에 관심이 컸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는 등 사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 지위를 박탈당한 건설사들도 있다. 부산시 부산진구 시민공원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7일 임시 총회를 열고 시공사 GS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GS건설과 조합은 지난 3월 말 공사 협상위원회를 열고 공사비를 공개했다. 당시 GS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987만2000원이었다. 총공사비는 약 1조3807억원 수준이다. 조합은 공사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고 추후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진 못했다. 조합은 800만원대를, GS건설은 900만원대를 고수했다.GS건설 관계자는 "이 단지는 초고층 단지일 뿐만 아니라 외관에 커튼월룩 등 공사비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며 "조합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남 창원 진해구 경화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도 지난 17일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 한양과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양은 2020년 5월 이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역시 문제는 공사비 때문이다.
한양 관계자는 "구체적인 공사비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회사가 제시한 공사비와 조합이 원하는 공사비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며 "다만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이 조합 내에서 통과됐다고 시공사 지위를 바로 잃는 것은 아니다. 추후 과정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했다.이 밖에도 공사비를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도 양주 삼숭지역주택조합은 현대건설과 체결한 공동사업협약 해지 안건을 의결했고, 경기 성남 산성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도 기존 시공사업단과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정비업계에서는 '확실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시공권을 따내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추후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남아있고 물가 상승, 자잿값 상승 등으로 공사비도 당분간 오를 것으로 예상돼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가 있는 사업장은 ‘손절’하고 진행 중인 사업을 잘하자는 분위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금액과 조합이 계획하는 금액대가 합의점을 찾을 때까진 당분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조합들도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 손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 예상보다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빠르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조합"이라면서 "일부 조합에서는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공사비를 자체적으로 높여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