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교육 카르텔' 집중 겨냥…대치동 학원가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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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수능발언 이후 대통령실·여권·교육부, 연일 '카르텔' 질타
'카르텔' 실체 여부 관심…학원가 "공교육은 제역할 했나"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발언이 수능 출제기조를 넘어 교육계와 사교육업체의 '카르텔' 논란으로 번지며 학교뿐 아니라 학원가도 뒤숭숭한 모습이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공교육을 보충하는 내신 사교육뿐 아니라 코로나19에 따른 학습 공백, 재수생 관리 등 공교육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교육서비스 수요도 존재하는데 사교육업체만을 탓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반응도 흘러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과 관련해 연일 사교육업체를 정면으로 질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미 작년부터 대통령께서 국정과제로도 이야기했고 올해 초 킬러문항 삭제 기본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전혀 반영이 안됐다"며 "교육계 내부에 대통령 국정철학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강한 카르텔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교육부가 대입담당 국장을 대기발령 조치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수능 출제와 관련해) 몇 달간 지시하고, 장관도 이에 따라 지시한 지침을 국장이 버티고 이행하지 않았다"며 "강력한 이권 카르텔의 증거로 경질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교육부는 이런 '카르텔'이 구체적인 사안을 뜻한다기보다는 그동안 잘 고쳐지지 않은 수능 초고난도 문항(킬러문항) 출제 관행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치동 일부 대형학원이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교육계 관계자들을 통해 사설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수험생들에게 판매한 것이 '카르텔' 발언을 불러온 것으로 추측한다. 교육당국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손쉽게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킬러문항 출제를 계속 눈감았기 때문에 사교육업체와 함께 '카르텔'로 엮여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대치동의 일부 대형학원은 수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수능 출제경향과 비슷한 킬러문항이 포함된 사설 모의고사를 만들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판매해 왔다.
2018학년도 수능 영어에서 절대평가가 도입된 뒤 국어·수학 영역의 난도가 높아진 것과 맞물려 이런 사설 모의고사는 더 인기가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입시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교육업계에서는 게임 체인저라고 볼 수 있다"며 "전에는 우수한 학생을 모으는 전통적인 콘셉트로 학원을 운영했다면 이제는 콘텐츠 개발 위주로 개발해 수강생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입시업체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대치동으로 화살이 옮겨갈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고퀄리티의 문제를 인터넷 강의처럼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독점적으로 판매한다는 것을 문제로 삼을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교 시절 사교육 없이 최상위권을 유지했다는 수도권의 한 고3 학생은 "여름방학이 다가오면 수업시간에 모의고사를 각자 푸는데 최상위권 모의고사 자료는 학원에서 직접 나눠준다"며 "그 문제를 받으려고 대치동 학원을 어쩔 수 없이 끊었다(등록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 하는 현실이 문제지 수능 킬러문항이 사교육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차피 수능은 상대평가이므로 초고난도 킬러문항으로 등급이 갈리느냐, 그보다 다수 쉬운 '준킬러문항'으로 갈리느냐, 혹은 누가 실수를 적게 했는지에 따라 갈리느냐가 달라질 뿐이라는 것이다.
한 대형학원 대표는 "지금까지 공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인정을 못 하다가 사교육에 대해서만 지적하는 것은 선후가 바뀌었다"며 "출제위원은 대부분 현직 교사·교수이고, 사교육에서 초고난도 문제를 출제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다"라고 억울해했다.
수능뿐 아니라 학교 내신 역시 공교육 교과과정 외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고난도 문제를 내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중학교 2학년생 학부모는 자녀의 국어·영어 학원비 등으로 매달 70만원을 지출하고 있어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수학 문제를 반 평균 50점이 되게 내고, 아이들은 학원에 가서 중3 과정을 선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학교 시험에서도 선생님이 가르쳐주지 않은 문제를 내고 있는데 공교육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카르텔' 실체 여부 관심…학원가 "공교육은 제역할 했나"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발언이 수능 출제기조를 넘어 교육계와 사교육업체의 '카르텔' 논란으로 번지며 학교뿐 아니라 학원가도 뒤숭숭한 모습이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공교육을 보충하는 내신 사교육뿐 아니라 코로나19에 따른 학습 공백, 재수생 관리 등 공교육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교육서비스 수요도 존재하는데 사교육업체만을 탓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반응도 흘러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과 관련해 연일 사교육업체를 정면으로 질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미 작년부터 대통령께서 국정과제로도 이야기했고 올해 초 킬러문항 삭제 기본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전혀 반영이 안됐다"며 "교육계 내부에 대통령 국정철학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강한 카르텔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교육부가 대입담당 국장을 대기발령 조치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수능 출제와 관련해) 몇 달간 지시하고, 장관도 이에 따라 지시한 지침을 국장이 버티고 이행하지 않았다"며 "강력한 이권 카르텔의 증거로 경질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교육부는 이런 '카르텔'이 구체적인 사안을 뜻한다기보다는 그동안 잘 고쳐지지 않은 수능 초고난도 문항(킬러문항) 출제 관행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치동 일부 대형학원이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교육계 관계자들을 통해 사설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수험생들에게 판매한 것이 '카르텔' 발언을 불러온 것으로 추측한다. 교육당국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손쉽게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킬러문항 출제를 계속 눈감았기 때문에 사교육업체와 함께 '카르텔'로 엮여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대치동의 일부 대형학원은 수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수능 출제경향과 비슷한 킬러문항이 포함된 사설 모의고사를 만들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판매해 왔다.
2018학년도 수능 영어에서 절대평가가 도입된 뒤 국어·수학 영역의 난도가 높아진 것과 맞물려 이런 사설 모의고사는 더 인기가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입시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교육업계에서는 게임 체인저라고 볼 수 있다"며 "전에는 우수한 학생을 모으는 전통적인 콘셉트로 학원을 운영했다면 이제는 콘텐츠 개발 위주로 개발해 수강생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입시업체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대치동으로 화살이 옮겨갈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고퀄리티의 문제를 인터넷 강의처럼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독점적으로 판매한다는 것을 문제로 삼을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교 시절 사교육 없이 최상위권을 유지했다는 수도권의 한 고3 학생은 "여름방학이 다가오면 수업시간에 모의고사를 각자 푸는데 최상위권 모의고사 자료는 학원에서 직접 나눠준다"며 "그 문제를 받으려고 대치동 학원을 어쩔 수 없이 끊었다(등록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 하는 현실이 문제지 수능 킬러문항이 사교육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차피 수능은 상대평가이므로 초고난도 킬러문항으로 등급이 갈리느냐, 그보다 다수 쉬운 '준킬러문항'으로 갈리느냐, 혹은 누가 실수를 적게 했는지에 따라 갈리느냐가 달라질 뿐이라는 것이다.
한 대형학원 대표는 "지금까지 공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인정을 못 하다가 사교육에 대해서만 지적하는 것은 선후가 바뀌었다"며 "출제위원은 대부분 현직 교사·교수이고, 사교육에서 초고난도 문제를 출제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다"라고 억울해했다.
수능뿐 아니라 학교 내신 역시 공교육 교과과정 외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고난도 문제를 내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중학교 2학년생 학부모는 자녀의 국어·영어 학원비 등으로 매달 70만원을 지출하고 있어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수학 문제를 반 평균 50점이 되게 내고, 아이들은 학원에 가서 중3 과정을 선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학교 시험에서도 선생님이 가르쳐주지 않은 문제를 내고 있는데 공교육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